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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민폐인가요?"…고기 권하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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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원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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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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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식인구 10년간 10배 증가…그럼에도 만연한 차별적 시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채식? 맛있는 고기를 왜 안 먹어? 어차피 죽은 건데 뭘. 네가 안 먹으면 쓰레기통으로 가잖아."

채식주의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들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으로 '주변의 차별적 시선'을 꼽았다. "왜 먹지 않느냐"는 질문에서 "괜히 고기 먹는 나까지 눈치 보이게 한다"는 힐난 섞인 눈초리까지, 이들을 향한 부정적 반응은 다양하다고 했다.

◇늘어나는 채식주의자…채식선호인구, 전체 국민의 25%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주의자 비율을 약 2%(100~150만명)로 추정한다. 10년 전 1%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채식을 선호하는 채식 친화인구까지 하면 25%내외까지 늘어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 "2019년은 비건(Vegan, 절대채식주의자)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주요 언론사와 각 분야 전문가들도 "채식열풍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주류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로 채식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영양팀 제공
사진=삼성서울병원 영양팀 제공
채식주의(Vegetarianism)는 역사가 깊은 만큼 여러 단계가 있다. 채식의 아래 단계부터 보통 △소나 돼지는 안 먹고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는 섭취하는 폴로(Pollo) △일반적인 육류만 기피하고 생선과 어패류, 우유와 달걀은 먹는 페스코(Pesco) △고기와 생선은 먹지 않지만 우유·달걀·꿀처럼 동물에서 추출된 음식은 먹는 락토오보(Lacto-Ovo) △고기, 생선, 달걀은 먹지 않고 유제품만 먹는 락토(Lacto) △모든 동물성은 거부하고 순수 채식만 하는 단계가 비건(Vegan)으로 나뉜다.

실제 채식주의자의 수가 늘어난 것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3.4%가 채식주의자고, 그 중 절대채식주의자인 비건은 0.4%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년 후인 2017년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비건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5%로 급증했다.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의 약 25%가 채식 중심 식사를 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해외에는 비건 식당과 메뉴, 인증마크까지…패스트푸드점에도 '비건' 열풍
채식은 세계 식문화 흐름을 주도하며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한국에는 채식 식당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채식연합이 공개한 '전국채식식당·카페·빵집'에 따르면 전국 채식제공 업체는 260여곳이다.

락토오보인 이모씨(51·여)는 "채식식당이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여전히 외식할 때 채식식당이나 요리를 찾기 힘들다"며 "채식 전문식당 보다 어느 식당에 가던 채식 메뉴를 제공하면 좋겠다. 채식주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채식주의가 하나의 사상으로 자리 잡아 탄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채식주의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독일 채식주의 인구는 800만명에 이른다. 베를린에는 유럽 최초의 채식 슈퍼마켓인 '비건즈(Veganz)'가 있다. 채식 제품만으로 꾸려진 이곳에는 45가지의 우유와 80가지의 비건 치즈 등이 판매된다.

미국의 구글은 직원식당 메뉴를 채식위주로 바꿨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과 식물기반식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미국에서만 비건 식품의 총 판매액이 미화 33억 달러를 뛰어 넘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최근 '베지노믹스(Vegetable과 Economics를 합성)'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채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세계적 식품기업에서도 채식주의에 발맞춰 채식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네슬레(Nestle)'는 채식 버거인 인크레더블 버거를 올봄 출시할 예정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는 2017년부터 유럽에서 고기나 치즈를 넣지 않은 채식 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피자헛' 역시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식물 치즈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매체에 따르면 '버거킹'도 이달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9개 매장에서 대체육류로 만든 햄버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핀란드와 스웨덴에 출시된 맥도날드의 채식 버거 '맥비건'(왼쪽), 버거킹이 대체육류를 이용해 만든 채식 버거 '임파서블 와퍼'./사진=맥도날드, 버거킹<br>
지난해 12월부터 핀란드와 스웨덴에 출시된 맥도날드의 채식 버거 '맥비건'(왼쪽), 버거킹이 대체육류를 이용해 만든 채식 버거 '임파서블 와퍼'./사진=맥도날드, 버거킹<br>
국가공식인증제도는 없지만 채식협회가 발행하는 인증마크도 있다. 미국은 미국채식협회(AVA) 인증과 비건 액션(Vegan Action) 인증이 있다. 독일·영국 등 유럽은 유럽채식협회(EVU)의 'V-라벨(Label)' 인증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라벨은 유럽 27개국에서 통용된다.

◇"사회 생활할 때는 채식도 민폐야" 차별적 시선 여전
과거보다 채식에 관심이 커졌지만 아직 육식문화가 만연한 한국에는 '식사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존재한다. 기자와 이야기 나눈 채식주의자 6명 중 4명이 '채식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주변의 부정적 시선'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다.

이모씨(51·여)는 "회사에서 회식할 때 사람들이 저에게 민폐라고 한 적이 있다. 이후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모임에 가도 채식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식한 지 2년차인 회사원 A씨(39·여)도 "처음 채식한다고 했을 때 '건강에 안 좋다'부터 '그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까지 별별 소리를 다 들어봤다. 각자 여러 이유로 채식하는 걸 텐데,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면 "참 피곤하게 산다", "식물은 안 불쌍하냐", "힌두교야? 스님이야?" 등 편견과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 B씨(24·여)는 "채소를 편식하면 골고루 먹으라며 쉽게 넘어가지만,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에게는 영양의 잣대를 들이민다"며 "동물성 단백질 과다섭취로 당뇨·고혈압·통풍 등을 겪는 건데 속상하다"고 전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성장기나 임신·수유기를 제외하고는 채식이 당뇨병·고혈압·허혈성 심질환 등의 발병 위험을 낮춰 건강에 좋다고 조언한다. 미국 로마린다대학 보건대학원 마이클 오를리치 교수팀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가 비채식주의자보다 사망률이 12%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veganfood'를 검색하면 나오는 비건 음식 사진(왼쪽), 페트코(Pesco, 일반적 육류만 기피) 김모씨(21·여)가 지난 1일 구매한 '비건젤리'. 가격은 2300원 정도./사진=SNS 캡처, 독자제공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veganfood'를 검색하면 나오는 비건 음식 사진(왼쪽), 페트코(Pesco, 일반적 육류만 기피) 김모씨(21·여)가 지난 1일 구매한 '비건젤리'. 가격은 2300원 정도./사진=SNS 캡처, 독자제공

◇동물복지·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채식…"취향을 넘어 삶의 방식"
기자가 만난 채식주의자들은 모두 동물권과 환경보호 등 윤리적 문제로 채식을 한다고 밝혔다. 다만 완벽한 비거니즘( Veganism)의 실천은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해만 끼치자는 것이 공통 의견이었다.

박모씨(40대·남)는 "영화 '옥자'에 나온 비윤리적 축산업 장면을 보고 채식을 시작했다. 자연사한 동물의 살점을 먹는 것도 아니고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은 폭력이다. 옷이나 가방을 살 때도 동물 가죽 사용 여부를 따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24·여)는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를 물어볼 때 불편하다. 학대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 고기라는 상품으로 바뀐 '동물사체'를 먹는 게 더 이상하다"며 "오히려 왜 육식주의를 하는지 물어보는 게 맞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어떤 이유든 채식도 하나의 개인 취향으로 존중받는 것 같다'는 질문에 66.8%가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선호와 취향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삶의 형태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대학생 C씨(22·여)는 "채식은 개인 취향을 넘어 동물권을 이해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공생하는 삶의 방식"이라며 "죽기 위해 태어난 생명은 없다. 육식은 다른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단지 인간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물종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난 비거니즘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억압과 폭력, 강제와 금지에 저항한다. 채식이 취향과 유행을 넘어서 모든 인간의 삶의 형태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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