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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년 하인즈를 잡은 기숙사케첩 켄싱턴

머니투데이
  • 구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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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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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美 대학생들이 기숙사서 만든 켄싱턴 케첩
'공산품' 하인즈에 맞선 고급스런 ‘유럽 제품’ 전략
스토리텔링으로 프리미엄시장에서 하인즈 제쳐

144년 하인즈를 잡은 기숙사케첩 켄싱턴
144년 하인즈를 잡은 기숙사케첩 켄싱턴
케첩하면 하인즈였다. 2016년까지 10년 연속 세계 소매판매 1위였다. 미국 가정집에 있는 케첩 중 절반 이상이 하인즈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올해로 창립 150주년(케첩은 144년)을 맞은 하인즈가 휘청거리고 있다. 2015년 식품업체 크래프트와 합병한 하인즈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당기순손실 126억8000만 달러(약 14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도 순손실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크래프트하인즈의 최대주주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조차 지난 2월 CNBC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후회했다.

그런데 하인즈 케첩과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으로 유명한 크래프트하인즈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주인공은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회사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하인즈 케첩, 캠벨 수프 등 대형브랜드 매출성장률은 연평균 0.3%로 정체인데 반해 스타트업 브랜드 매출은 10.2%나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서 켄싱턴(Sir Kensington's) 케첩은 하인즈 케첩의 철옹성을 무섭게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미국 홀푸드 등 미국 유기농 식품매장에서 하인즈를 제치고 케첩 1위를 차지했다. 켄싱턴 케첩은 영국의 유서 깊은 브랜드 같지만 실은 9년 전 창업해 2017년 유니레버에 1억4000만 달러(1500억 원)에 인수된 미국 스타트업이다. 10년도 안된 스타트업 케첩이 어떻게 144년 하인즈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서 켄싱턴 창업자인 마크 라마단(왼쪽)과 스캇 노튼. /사진=서 켄싱턴
서 켄싱턴 창업자인 마크 라마단(왼쪽)과 스캇 노튼. /사진=서 켄싱턴
◇‘왜 케첩은 하인즈 일색이지?’ 그래서 시작한 케첩

2008년 브라운대 경제학과에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던 스캇 노튼과 마크 라마단은 장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케첩은 하인즈 뿐이지?’ 시리얼과 요구르트는 수십 개 브랜드가 있는데 케첩은 하인즈 일색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하인즈를 대체할 케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구글에서 케첩 레시피를 검색해 기숙사에서 케첩을 만들기 시작했다. 졸업 후 각자 은행원, 컨설턴트로 일하게 됐지만 퇴근 후 만나 계속 케첩을 개발했다. 개발한 케첩은 사람들이 맛보고 점수를 매기게 했다. 감자튀김이나 스크램블 에그 등과 곁들인 케첩이 아니라 케첩 그 자체로의 맛에만 집중했다.

이들이 발견한 최적의 재료 조합은 토마토, 토마토 페이스트, 비정제 설탕, 꿀, 사과식초, 올리브오일, 라임주스 농축액, 고수 잎, 할라피뇨, 양파. GMO(유전자조작농산품)와 가공식품첨가물은 모두 뺐다. 하인즈 오리지널에 비해 설탕이 50%, 나트륨이 33% 적게 들어가도록 했다. 케첩이 공산품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강식품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스는 하나 사면 오래 먹기 때문에 식품회사는 품목을 늘려 매출을 다양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켄싱턴은 창업 후 3년간 케첩에만 집중했다. 이후 품목을 늘렸지만 마요네즈, 머스터드, 랜치 등 세 종류만 추가했을 뿐이다. 대신 아보카도 오일, 치폴레 등을 넣어 각 제품별로 맛을 다양화 했고 2016년에는 식품회사 최초로 아쿠아파바(콩물)로 만든 채식주의자(비건)용 마요네즈를 개발했다.

/사진=서 켄싱턴
/사진=서 켄싱턴
◇'공산품' 하인즈에 맞선 고급스러운 유럽제품 전략

문제는 마케팅이었다. 예산도, 인맥도 부족한 상황에서 제품을 알리려면 하인즈와 반대로 가야한다고 판단했다. 하인즈가 '미국 공산품' 이미지가 강한 만큼 고급스럽고 건강한 유럽 제품 콘셉트로 가기로 했다. 하인즈의 상징인 짜서 쓰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숟가락으로 퍼서 쓰는 유리병을 사용하고 하인즈와 달리 브랜드명은 잘 보이지 않게 숨겼다.

노튼 공동창업자는 경영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에 "우리는 하인즈가 케첩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케첩들도 하인즈의 디자인과 콘셉트와 맛, 질감을 베끼기 급급했다. 다르게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켄싱턴은 프리미엄 케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출시 2년 만인 2012년에는 첫 사업연도 대비 매출이 1500% 늘었는데 이 중 절반이 리츠칼튼 등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납품 분이었다. 나머지는 홀푸드, 딘앤델루카, 윌리엄스소노마 등 프리미엄 식품매장에 들어갔다.

144년 하인즈를 잡은 기숙사케첩 켄싱턴
◇하인즈를 누른 스토리텔링의 힘

켄싱턴 제품에는 브랜드명보다 크게 그려져 있는 캐릭터가 있다. 외눈안경과 신사모를 쓰고 멋들어진 콧수염이 인상적인 ‘켄싱턴 경’이다.

두 창업자가 전하는 켄싱턴 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켄싱턴 경은 무역상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재원으로 영국 여왕의 명으로 동인도회사에서 향료 관련 일을 하면서 전 세계 미식가들과 교류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담장에서 러시아 캐서린 대제로부터 케첩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이 케첩이 너무 맛있어 이때부터 '케첩의 왕'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허구다. 마케팅을 위한 스토리이다. 켄싱턴은 온라인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홍보물을 통해 켄싱턴 경의 이야기를 전하며 하인즈에 길들여진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끌어냈다. 그래서 패스트컴퍼니는 "켄싱턴 경이라는 캐릭터는 제품에 친근감과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대학 졸업한 청년이 케첩을 만들었다'는 식상한 스토리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했다"고 켄싱턴 성공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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