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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대통령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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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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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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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애드 리브(즉흥발언)’를 안 한다. 연설문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써 준 대로’ 읽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쓴 대로’ 말한다. 본인이 꼼꼼히 고치고 덧붙였기에 ‘즉흥’이 들어갈 틈이 없다.

행사 때면 원고에 없던, 폭풍 연설을 쏟아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반대 스타일이다. 노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얻은 학습효과일 수 있다.

특유의 성품도 무시할 수 없다. 진지하고 절제돼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립 서비스’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침묵’은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 참석한 뒤 뉴질랜드로 향하는 기내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간담회 주제를 국내 현안을 제외한 외교 문제로 한정했다.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국내 언론과 주변 참모들에게 적잖이 화가 나 있었을 때다.

문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것은 인사 관련이다. 직접 인사 발표를 한 것은 세 번에 불과하다. 그것도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에 집중됐다. 그 후론 없다.

인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유감이나 사과를 밝힌 것도 드물다. 취임 초인 2017년 6월, 안경환 서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한 데 대해 "안 후보자가 사퇴하게 돼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정도다. 사과 대신 반성과 다짐을 택했다.

취임 후 2년 동안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10여명을 임명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지도,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3·8 개각’ 이후 모습도 다르지 않다.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고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물러났는데도 조용하다. 야당은 ‘장관 후보자 사퇴’ ‘인사·민정수석 경질’ ‘대통령 사과’를 외치는 데 눈길도 주지 않는다.

청와대 인사는 “사안을 중대하지 않게 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섣부른 발언이 또다른 빌미가 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아쉽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인사권은 책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권의 사과 요구는 분명 정치 공세지만 진영의 격돌, 소모적 정치 공방만으로 치부해 버릴 상황도 아니다. 사과는 잘잘못을 따지고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자 행위가 바로 사과다.

문 대통령은 사과에 인색하지 않다. 어찌보면 문 대통령이 가장 잘 하는 게 사과를 통한 공감이다. 취임 후 5.18 유가족, 가습기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등을 만나 “국가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약속하고 아픔을 나눴다. 위안부 할머니를 청와대에 모신 뒤엔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는 “양국간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1년 전 제주에 가선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오랜 기간 국가로부터 외면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스럽다”(국가 유공자와 보훈 가족 초청 오찬) “정당한 언론활동을 탄합한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행사) 등 진지한 사과로 공감을 이뤘다.

과거 정부, 국가 권력이 저지른 잘못까지 무한 책임으로 사과했던 문 대통령이다. 그 공감의 과정,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게 사과 시점이다. 인사가 얽히고 여야가 대치하고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지금이 그 때다.
[광화문]대통령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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