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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 5G 혁명?'인프라'가 아닌 '규제 혁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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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2019.04.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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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에서 KT가 5G 기반의 홀로그램 공연을 선보였다. KT는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꿈을 꾼다’를 함께 부르는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표현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 장관, KT 황창규 회장을 비롯해 3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당초 예고한 서비스 개시일보다 이틀 앞선 지난 3일, 정부와 이동통신 3사는 서비스를 개통했다. 미국 버라이즌이 5G 서비스 개시일을 앞당기려 한다는 정황이 포착된 지 6시간 만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통사가 선정한 극소수 예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심야시간(밤 11시)에 개통작업이 기습적으로 단행될 정도로 상황은 긴박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한 이날 5G 상용화 작전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 국가’ 타이틀을 지켰다. 버라이즌보다 불과 58분 빨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5G 상용화’ 기념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하나의 쾌거”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급조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통사 요금제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단말기가 개통됐다. 비정상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만 의식한 ‘개통쇼’란 비아냥이 나올 만했다. 철저한 시뮬레이션이 전제돼야 할 5G 요금제는 경쟁사와의 눈치경쟁 속에 하루 만에 바뀌고 서울·수도권지역 5G 가입자들조차 “이 속도가 5G 맞냐”며 불만을 쏟아낸다. 조급한 상용화 정책이 불러온 혼선이다.

 정부는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세계 첫 상용화’ 타이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리 기술의 5G 표준화와 우리 기업들의 시장 선점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일까. 지난 5G 상용화 여정을 돌이켜 보면 오히려 반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국내 이통사들의 5G 장비 발주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화웨이다. 당시 국내 이통사들이 내건 핵심 요구조건의 하나가 상용화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5G 장비분야에서 가장 앞선 화웨이에 유리할 수밖에 없던 조건이다. 극심한 반발여론에도 화웨이가 국내 5G 통신장비 시장에 입성한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화웨이로서는 큰 이득이다. 미국 동맹국에, 그것도 경쟁사인 삼성전자 안방시장에서 상용장비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5G 선점 의지를 반기는 건 화웨이만이 아니다. 에릭슨, 노키아, 퀄컴, 인텔 등 외산 장비·반도체 기업들도 ‘제2의 한국 특수’를 고대했다. 과거 ‘IT(정보기술) 강국’이란 강박증 탓에 국내 통신사들이 재주를 부리지만 실속은 해외 IT기업들이 챙겨간 전례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건 필자만의 기우일까.

 콘텐츠 분야라고 다를 건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은 미국 AR(증강현실) 안경회사 매직리프, ‘포켓몬고’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핀란드 로비오 자회사(해치엔터테인먼트)와 잇따라 국내 독점 유통계약을 했다. 국내 5G 콘텐츠 시장이 싹도 트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디지털프리즘] 5G 혁명?'인프라'가 아닌 '규제 혁파'가 답이다

 3G와 4G 시절을 돌아보자. 누가 먼저 망을 깔았느냐보다 장비·콘텐츠·서비스 생태계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패권이 갈렸다. 3G 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이다. 네트워크 속도가 한층 빨라진 4G LTE(롱텀에볼루션) 시대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승자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건 5G 속도전이 아니라 5G 생태계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조기에 완성하고 다양한 민관 시범사업을 통해 신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5G+(플러스) 전략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신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건 ‘인프라’가 아니라 ‘제도’다.

 해외 어느 국가보다 유·무선 인터넷 속도가 빨랐지만 층층시하 규제 탓에 우버엑스(차량공유)·에어비앤비(숙박공유) 같은 혁신기업 하나 배출하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자율주행차, 디지털헬스케어, 드론 등 정부가 꼽은 5G 전략산업도 사실 규제를 풀지 않고는 시장 형성이 불가능하다. 규제 혁파가 5G 생태계의 필수조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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