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MT시평]경제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

머니투데이
  • 이종우 경제평론가
  • 2019.04.09 04:4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image
선거에서 경제의 영향력이 컸던 경우를 꼽으라면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들어갈 것이다. 클린턴과 조지 부시가 맞붙었는데 도전자 클린턴의 선거 구호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였을 정도였다. 결과는 현직 대통령 부시의 패배, 원인은 경제가 나빠서,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당시 미국 경제가 재선을 노린 대통령이 낙선할 정도로 나빴을까. 선거 1년 전에 벌어진 걸프전 승리로 한때 90%에 육박한 부시의 지지율조차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선거 당시 미국 경제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나쁘지 않았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4%대까지 올라왔고 물가상승률은 6%대에서 3%대로 떨어졌다. 낮은 물가와 높은 성장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생각이었다. 선거전이 본격화한 1992년 9월 주요 언론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86%는 경제가 나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지표상 경제가 이미 저점을 벗어나 1년반 넘게 좋아진 상태였는 데도 말이다.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한번 굳어지면 바꾸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현재 국내외 경제에 굳어져 있는 경제인식을 꼽으라면 단연 낮은 금리일 것이다. 미국 10년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왔고 독일과 일본의 장기금리는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2년반 만에 발생한 상황으로 지금 독일이나 일본의 국채를 사면 10년 동안 한 번도 이자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만기 때 투자한 액수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유동성 공급을 더해 금융정책은 항상 느슨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인식은 3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꾸준히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저금리는 저금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제의 여러 부문에 영향을 주는데 우선 사람들이 조금만 금리가 올라가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됐다. 금리는 당연히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금리인상을 견뎌내고 경제가 스스로 좋아지는 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 여러 개의 강한 정책을 한꺼번에 시행하면서 경제가 정책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금리에 따라 경제가 좋고 나빠지는 정도가 커졌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초기에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쓰면 경제의 자생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1970년대에 세계 경제는 낮은 성장과 높은 물가의 틀에 갇혀 있었다. 만성적인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발생한 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극단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물가는 높은 게 정상’이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저금리가 문제다. 사람들의 인식이 워낙 굳어져서 생각을 바꾸게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문제 해결에 솔로몬의 지혜는 없다. 사람들의 경제인식을 바꿔주기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미 국내외 모두에서 낮은 금리라는 부채는 모두 소진했다. 부채에 따른 이자를 내야 할 때인데 갚을 생각은 않고 더 많은 부채를 내겠다고 나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선진국의 금융정책 변화가 편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인구이야기 POPCON (10/8~)
메디슈머 배너_비만당뇨클리닉 (5/10~)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