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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허구…‘백인 쓰레기’로 취급당한 수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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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4.1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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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미국 백인 민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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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는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좇을 것이다. 수많은 국가가 정해진,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계급’에 따라 움직여도 미국만큼은 노력에 따른 ‘성과’를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상식으로 수용된다.

저자는 미국이 ‘계급 없는 나라’라는 견장을 달고 지난 400년간 살아온 역사는 가짜라고 진단한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약속의 땅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독립선언서 문구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미국 예외주의’ ‘사회 통합’이라는 신화 아래 미화된 ‘차이 없는 계급’은 미국 계급의 주류로 인식되던 ‘백인 빈민층’을 달래는 도구로 애용됐지만, 실상을 파보면 ‘버림받은 백인’을 양산했을 뿐이다.

특히 미국의 백인 빈민층은 일반 백인과 다른 별종이나 낙오자 취급을 받았다. 신분 상승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무능한 존재로 찍힌 셈이다. 이들은 19세기 중엽에는 ‘폐기물 인간’으로, 나중에는 ‘백인 쓰레기’로 묘사됐다.

이 같은 차등적 계급은 400년간 미국 구석구석에서 개인 삶의 방식을 규정했다. 나이, 명성, 재산 등에 따라 교회 내 좌석을 배치하는 일부터 빈곤층에게서 투표권을 박탈하고 공직 출마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는 일까지 온갖 불공평한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우생학의 전성기인 19세기 초, 우생학 지지자들은 유전적 부적격자들을 강제 처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 1931년까지 27개 주에서 단종법(斷種法, 우생학적 입장에서 유전성 지적 장애인 등의 생식(生殖) 능력을 없애는 일을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

계급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 1976년 발표된 ‘뿌리’의 저자 알렉스 헤일리가 부계 조상인 쿤타 킨테의 역사를 밝혀내 모든 언론의 찬사를 받았지만, 이는 모두 사기였다. 저자가 자신의 가계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1950년대 비슷한 모양의 잔디밭으로 꾸민 목가적 주택이 도시 외곽에 줄지어 세워진 것도 신흥 중산층의 상징으로 계급 동질성을 강화하는 도구였다.

역대 대통령도 계급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 독립의 영웅 벤저민 프랭클린은 펜실베이니아 오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찌꺼기’라고 부르며 게으름뱅이들을 잡초 솎아내듯 제거하길 원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투표권을 토지보유권자에게 제한함으로써 차별을 야기했다. 백인 빈민층의 구제를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지난 미국 역사가 어떤 차별 대우로 버텨왔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책은 그간 흑인과 소수 인종 등 마이너리티에 주목해 온 역사서술과 달리, 미국사의 근간을 이루면서도 주류 사회에 철저히 무시되고 이용당해 온 가난한 백인에 집중한다. 사실상 ‘백인 카스트제도’의 민낯을 폭로하는 셈이다.

저자는 백인 쓰레기의 역사가 흔히 알려진 1900년대가 아닌, 1500년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식민지 건설 기획자들에게 신대륙은 게으른 가난뱅이와 사회의 온갖 찌꺼기를 흘려보낼 하수구였다. 수천 명의 죄수를 내보내 교도소 인원을 줄이고 부랑자와 거지를 제거하고 런던의 눈엣가시 같은 주민들을 없앨 수단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의 땅에서 평등을 누리는 시민이 아닌, 죽음과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끝없는 노예 상태로 유지된 소모품이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 우리가 아는 자수성가의 대부분 사례가 족벌주의의 산물인 경우가 많은데, 마치 선택받은 청교도인으로 치장되는 허구에 빠져있다고도 지적한다.

저자는 “착취를 일삼는 시스템과 합리화 과정을 거쳐 사람들은 오랫동안 실패를 개인적 결점 탓으로 돌리는 경향에 익숙해졌다”며 “자유, 평등, 무계급이라는 명목 아래 허구의 ‘아메리칸 드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낸시 아이젠버그 지음. 강혜정 옮김. 살림 펴냄. 752쪽/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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