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우승 못한 농구팀, 첫 우승트로피 들게 만든 비법은?

안덕수 청주 'KB스타즈'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KB스타즈'는 여자농구 전통의 명문 구단이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앞서 5차례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KB스타즈'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WKBL(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21년 만에 '첫 우승'을 이뤄낸 것.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주인공은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이다.


사실 안 감독의 선수 생활은 빛나지 않았다. 농구계 '흙수저'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수원 삼일중학교를 졸업한 뒤 그를 친선경기에서 눈여겨 본 일본 코치를 따라 혈혈단신 농구 유학을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썬더스에 입단했지만 문경은, 주희정 등 당시 내로라하는 선수들에 밀렸고, 어깨부상까지 당해 2000년 은퇴했다. 3시즌 동안 그가 출전한 경기는 단 10경기 뿐이었다. 그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대학농구연맹에서 실무 경험을 한 뒤 2007년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샹송화장품 여자농구팀에서 코치 생활을 한 뒤 2016년 KB스타즈 감독으로 부임했다.

일본에서의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과로만 평가받는 냉정한 일본 사회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술 한 잔 사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안 감독은 "일본에서의 경험을 통해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생각의 다양성,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 제 자신이 유연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이 꼽는 우승의 비결은 '소통'이다. 감독 부임 이후 팀의 소통 구조부터 손봤다.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지도 방식에서 벗어나 수평적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 것이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멘탈 코치를 두고 있는 구단이 KB스타즈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들에게 훈련 전 미팅을 통해 훈련 내용과 해야 하는 이유를 꼭 설명한다"며 "또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전술·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단 운영에 있어 '믿음'을 강조한다. 훈련 외 시간에는 선수들에게 철저히 자율을 보장한다. 안 감독은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선수들도 알고 있다"며 "선수들이 내게 장난을 먼저 걸어올 정도로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KB스타즈'가 WKBL 2018-19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스타즈의 첫우승은 안 감독의 지도력에 모기업 KB국민은행은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농구사랑은 유명하다. 안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을 때도 화분을 보내주시는 등 구단 운영과 관련한 사소한 것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진 스포츠 시스템을 도입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산소캡슐'이다. 중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피로 회복에 효과가 탁월한 '산소캡슐'을 대여해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돕는다.

안 감독의 머릿 속은 벌써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한 번 정상에 오르면 한동안 왕조를 유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12시즌까지는 신한은행이, 2012-13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는 우리은행이 각각 6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안 감독은 이제 'KB왕조'를 꿈꾼다. 안 감독은 "농구를 사랑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 뿐 아니라 선수들도 즐기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KB스타즈'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