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만? 미세플라스틱, 산·공기·인간 폐에도 있다

프랑스 남서부의 피레네 산맥./AFPBBNews=뉴스1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지마저 도심 수준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과 심해, 도시에 이어 산까지도 오염되면서 사실상 지구 전체가 플라스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프랑스 공동연구진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실은 연구에서 도심에서 120㎞ 이상 떨어진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에서 도심과 동일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플라스틱이 오랜 기간 분해되면서 생성된다.


연구진은 피레네 산맥에서 5개월 동안 대기를 측정한 결과 1㎡ 당 하루 평균 36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였다고 밝혔다. 이는 대도시인 프랑스 파리나 중국 남부의 산업도시 둥관에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해발 1500m의 피레네 산맥은 주변에 플라스틱 오염원이 없는 청정구역이다. 가장 가까운 마을은 6㎞, 소도시는 25㎞, 대도시는 120㎞ 떨어져 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외부에서 바람을 타고 최소 100㎞ 이상 날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피레네산맥에서 발견되는 점을 고려하면 플라스틱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첫 사례다. 미세플라스틱이 강을 타고 심해까지 흘러가기도 하지만 대기를 통해서도 퍼진다는 것. 논문 공동저자인 스티브 알랭 에코랩(EcoLab) 연구원은 "지구상에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물은 단 한 개체도 없다"면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올 수도 있는데, 이는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또 인체에 해로운 유독성 화학물질 및 박테리아를 포함할 수 있다.

에코랩 소속이자 논문공동저자인 드오니 알랭 연구원은 "호흡 가능할 정도로 작아진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석면을 호흡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