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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매물 '화장'해 인수자 마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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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휘 기자
  • 2019.04.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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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동걸 스타일]①'전통적' 구주매각 안 하는 산은

[편집자주]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바뀐다. 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M&A는 모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작품이다. 이 회장은 칼잡이가 아니라 딜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채권단 관리 기업의 구조조정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있다.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 마음을 움직인다” “자금 회수보다는 기업회생이 먼저다”

정부와 금융권 인사들은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구조조정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회장 취임 1년 7개월 만에 금호타이어·대우조선해양·동부제철 등이 새 주인을 찾았다. 이는 ‘산은이 끌어안고 있는 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 회장의 지론이 관철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뉴 머니(신규 자금)’을 투입할 새 주인을 찾고 매수자가 우려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장이 ‘이동걸식 구조조정’을 주목하는 이유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추진한 대우조선해양·동부제철·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서 대주주 지분을 파는 전통적 M&A(인수·합병) 방식보다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공동 지주사 설립 등 이색적인 방식을 썼다.

1월 공개된 대우조선 매각은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을 인수 후보자로 낙점한 채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 현대중공업이 회사를 나눠 지주사를 만들면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 출자하고, 합작법인이 발행하는 신주를 산은이 받아 주주가 되는 형태다. 당초 대우조선 인수 가격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현대중공업이 부담할 현금은 4000억원 규모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 가량을 집어 넣는다.

산은이 신설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현대중공업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조선업황 개선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가 생길 경우 2대 주주 산은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도 화제였다. 사전 조율 없이 공개 입찰에 들어갈 경우 매각 방법 조율이 어려운 데다 매각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동부제철 매각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으로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두 차례 매각 실패 전력 탓에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1월 초 매각 공고 후 3개월 만에 KG그룹·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호타이어 매각에서도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햇다. 2017년 8월 중국 더블스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매각 가격이 2000억원 이상 낮아졌지만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부실의 핵심은 중국 사업장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해결하는 게 맞다”며 밀어 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대주주(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 과제여서다. 다만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구주 인수 자금 외 신주 발행으로 유상증자하는 자금은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쓰인다”며 “매수자 입장에선 회사 밖으로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서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조조정 기업들이 오랜 기간 부실상태에 있어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산은이 이같은 방식을 쓴다고 본다. 부담스러운 매물을 팔기 위한 나름의 ‘화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이 직접 이런 딜(Deal) 구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기업 구조조정 경험을 쌓은 만큼 덩치 큰 부실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선 보통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매각 기업에 모두 2대 주주로 발을 담근 만큼 그간 구조조정 기업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매각 이후에 해당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산은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기업이 새 주인을 찾아 경쟁력을 갖추면 지금보다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패는 가까이는 수년, 멀리는 십수년 후 금호타이어·대우조선·동부제철·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바뀔지에 달렸다. ‘이동걸식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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