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경영개입 안돼"…파업 힘 떨어지는 노조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사진제공=르노삼성

노동조합 파업 장기화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이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인사경영권 합의 등 노조의 경영권 개입 요구는 단호히 거절한다고 밝혀 파업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추가 부분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파업참석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등 집단행동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17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전날 오거돈 부산시장과 만나 "르노삼성이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뇨라 사장은 "9월부터 부산에서 생산 예정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신규 고용 창출, 수출 증대 등 지역 경제성장 촉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크로스오버 SUV(다목적스포츠차량) XM3 인스파이어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개발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계획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공장의 생산물량 65%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2교대 고용유지를 위해서라도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해 XM3 유럽판매 차종 등 후속 수출 물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뇨라 사장은 특히 "노조 집행부의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외주화, 전환 배치 등 인사 경영권 관련 사안을 노사 합의로 하자는 노조의 요구는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강제전환배치, 외주 용역화 등을 '노사 합의' 사항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회사가 사전 공지(협의)만으로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 주재정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가 고용안정을 지키지 못한다면 노조원을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도 부분 파업을 이어간 노조는 19일에도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9일 교섭 이후 10일 만에 노사는 18일 만나기로 했다. 노사 협상에서 사측을 진두지휘해 온 이기인 전 제조본부장(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뒤 첫 만남이다. 투쟁 강도를 높이기 위해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9월이면 닛산 로그 생산이 끝나는 데 올해 추가 물량 배정은 물 건너갔다. 닛산은 올해 부산공장 로그 생산 감산분 4만2000대 중 2만4000대를 일본 큐슈 공장으로 이관했다.

르노 본사도 한국에 배정하려던 유럽 수출용 신차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키로 가닥을 잡고 있다. 부분 파업 등으로 공장은 234시간 멈췄고, 누적 손실금액도 약 2626억원에 달했다. 생산절벽에 직면한 르노삼성은 이달 29일부터 나흘간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장기 파업에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노조원 절반이 파업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5일 주·야간 4시간씩 벌인 노조의 파업집회 참가율은 58%에 그쳤다. 지난 10일 69%에 달했던 파업집회 참여율이 12일 62%로 떨어졌고, 15일에는 50%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노노(勞勞) 갈등'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 르노삼성 직원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지금까지 (임단협을) 끌고 가는 노조 집행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임단협 타결금을 지침 위반 횟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고 공지하는 등 조합원 단속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