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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지하 700m 암흑서 우주 기원 밝힌다…암흑물질 흔적 찾는 '크리스털' 언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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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양(강원)=류준영 기자
  • 2019.04.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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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쫓는 과학자들]①[르포]700m 땅밑 IBS 우주입자연구시설 가보니

[편집자주] 우주는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건 4.9%에 불과하고, 나머진 알 수 없는 암흑물질·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주에서 매초 수백·수천조개 물질이 생성돼 날아와 우리 몸을 통과하지만 전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암흑물질. 천체물리학계에선 ‘우주 기원’을 밝힐 유일한 열쇠라고 말합니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땅속 깊은 곳이라면 혹시 그런 입자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빛나는 인류 미래를 위해 칠흙같은 땅속 어둠을 쫓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국내 언론사 최초로 검출기 모듈 내부에 장착된 12개의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과 1개의 요오드화세슘(Csl) 결정을 촬영했다. 백색광은 검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업 시 붉은등만 비상용으로 켠다. 검출기는 평소 완전한 암흑 속에서만 작동한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국내 언론사 최초로 검출기 모듈 내부에 장착된 12개의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과 1개의 요오드화세슘(Csl) 결정을 촬영했다. 백색광은 검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업 시 붉은등만 비상용으로 켠다. 검출기는 평소 완전한 암흑 속에서만 작동한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지난 10일 오후 3시, 강원도 양양군 점봉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양 양수발전소. 기자와 사진기자, 5명의 연구진은 삼엄한 경비 속에 신분 확인 후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발전소 입구에서 2대의 차로 나눠탄 뒤 바리케이트를 S자로 꺾으며 지하로 경사진 구불구불한 터널을 따라 수㎞를 천천히 내려갔다. 사방은 울퉁불퉁 기괴한 암석들로 가득했고,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새까만 어둠이 찾아들었다. 동굴 바위 틈새로 새어 나와 흐르는 물줄기 소리만이 이곳이 저수지 인근 땅굴 내부임을 알게 해줬다.

차로 도착한 지하 700m 지점(수직 기준), 지상에서 이곳까지가 세계 5위 높이의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길다고 하니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안전모를 쓴 뒤 도보로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가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작은 연구실이 나타났다. 이곳이 현재 국내 최고 깊이의 암흑물질 검출 실험실인 A5 우주입자실험실이다.

IBS 연구단은 2003년부터 연중무휴로 10여명의 연구자가 이곳에서 교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창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은 “실험 할 때는 온몸을 감싸는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을 모두 착용하고 들어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30도의 후끈한 열기가 밀려오는 실험실 내부로 들어가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 땅속 동굴속에 위치한 IBS A5 우주입자연구시설(ARF) 외부 모습/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 땅속 동굴속에 위치한 IBS A5 우주입자연구시설(ARF) 외부 모습/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지하 700m서 ‘암흑물질’ 캔다=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목적은 우주에 대한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은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불과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 중 26.8%가 암흑물질이고, 나머진 암흑 에너지다. 암흑물질은 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엑스선 등의 전자기파로 볼 수 없고 다른 입자와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눈에 보이는 빛은 물체와 광자가 반응한 결과다. 반면 암흑물질은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아 보이지 않고 검출하기도 힘들다. 암흑물질 발견은 곧 노벨상이라 여겨질 정도로 학계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암흑물질을 입증할 흔적이 실제로 발견된 적은 거의 없다.

이곳 실험실 1층에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킴스(KIMS, Korea Invisible Mass Search) 검출기가, 2층에는 1년 365일 측정한 신호를 대전 IBS 본원으로 전송하는 컴퓨터 및 네트워크 장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대전 본원에서는 이 신호 속에 암흑물질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지를 분석한다.

이중문으로 차폐된 1층 실험실로 들어서자 길이 3m, 높이 2.7m인 파란색 금속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암흑물질을 찾는 검출기다. 검출기 외부는 20cm 두께의 납, 5cm 두께의 구리, 이밖에 광물성 기름 등의 차폐막으로 이뤄졌다. 이날은 내부 검출기 모듈 속 크리스털을 교체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높이 3m가 넘는 기중기가 10평 남짓한 실험실 한가운데로 천천히 이동한다. ‘드르륵’ 양손으로 쇠사슬을 힘껏 잡아당기며 기중기 집게 고리를 황갈색 구리박스(검출기 모듈)에 건다. 그 순간 하 연구위원은 “자, 이제 개봉합니다. 크리스털이 민감해서 휴대폰 불빛도 이제 안 됩니다. 모두 끄세요”라고 주의를 구했다. 이어 숨을 한 번 깊게 내쉰 하 연구위원은 “기자님,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언론사 최초로 공개하는 겁니다”라며 봉인된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서는 가로×세로 10cm, 길이 30cm인 12개의 원통이 나타났다.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이다. 현장 연구자들은 그것이 투명한 빛을 낸다고 해서 ‘크리스털’이라고 불렀다. 크리스털은 암흑물질이 지나간 발자국을 찾는 핵심 장비다. 우주에서 날아온 암흑물질이 차폐벽 내부에 설치된 크리스털, 즉 고순도 결정을 통과할 때 파란빛이 나게 돼 있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기록·검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1년에 1~2번 정도 빛이 발생한다. 하 연구위원은 “크리스털이 잔뜩 흥분돼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주에서 날아온 물질과 충돌한 흔적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의 납 차폐체가 둘러진 킴스 검출기.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이렇게 디자인됐다. 차폐체 내부에는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의 납 차폐체가 둘러진 킴스 검출기.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이렇게 디자인됐다. 차폐체 내부에는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단 한 번의 신호 찾아…땅속 깊은 곳으로=그런데 우주입자를 왜 땅속 깊은 곳에서 찾아 나선 걸까. 이 질문에 하 연구위원은 “암흑물질 입자 신호가 매우 약한 탓”이라고 말했다. 암흑물질을 탐색하려면 우주선 입자(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가 대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배경 잡음’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잡음의 양은 지하로 갈수록 크게 줄어든다. 높은 산들이 잡음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 따라서 높은 산봉우리가 이어진 강원도는 실험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강운구 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기술위원은 “지하에선 잡음이 수백만 분의 1로 줄어든다”며 “검출기를 땅밑 더 깊은 곳에 설치할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황갈색 구리박스가 검출기 모듈이다. 개봉 전 모습/ 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황갈색 구리박스가 검출기 모듈이다. 개봉 전 모습/ 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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