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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700m 땅밑 들어가보니… 우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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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양(강원)=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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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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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쫓는 과학자들](종합)

[편집자주] 우주는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건 4.9%에 불과하고, 나머진 알 수 없는 암흑물질·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주에서 매초 수백·수천조개 물질이 생성돼 날아와 우리 몸을 통과하지만 전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암흑물질. 천체물리학계에선 ‘우주 기원’을 밝힐 유일한 열쇠라고 말합니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땅속 깊은 곳이라면 혹시 그런 입자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빛나는 인류 미래를 위해 칠흙같은 땅속 어둠을 쫓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지하 700m 암흑서 우주 기원 밝힌다…암흑물질 흔적 찾는 '크리스털' 언론 첫 공개


[어둠을 쫓는 과학자들]①[르포]700m 땅밑 IBS 우주입자연구시설 가보니

국내 언론사 최초로 검출기 모듈 내부에 장착된 12개의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과 1개의 요오드화세슘(Csl) 결정을 촬영했다. 백색광은 검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업 시 붉은등만 비상용으로 켠다. 검출기는 평소 완전한 암흑 속에서만 작동한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국내 언론사 최초로 검출기 모듈 내부에 장착된 12개의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과 1개의 요오드화세슘(Csl) 결정을 촬영했다. 백색광은 검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업 시 붉은등만 비상용으로 켠다. 검출기는 평소 완전한 암흑 속에서만 작동한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지난 10일 오후 3시, 강원도 양양군 점봉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양 양수발전소. 기자와 사진기자, 5명의 연구진은 삼엄한 경비 속에 신분 확인 후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발전소 입구에서 2대의 차로 나눠탄 뒤 바리케이트를 S자로 꺾으며 지하로 경사진 구불구불한 터널을 따라 수㎞를 천천히 내려갔다. 사방은 울퉁불퉁 기괴한 암석들로 가득했고,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새까만 어둠이 찾아들었다. 동굴 바위 틈새로 새어 나와 흐르는 물줄기 소리만이 이곳이 저수지 인근 땅굴 내부임을 알게 해줬다.

차로 도착한 지하 700m 지점(수직 기준), 지상에서 이곳까지가 세계 5위 높이의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길다고 하니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안전모를 쓴 뒤 도보로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가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작은 연구실이 나타났다. 이곳이 현재 국내 최고 깊이의 암흑물질 검출 실험실인 A5 우주입자실험실이다.

IBS 연구단은 2003년부터 연중무휴로 10여명의 연구자가 이곳에서 교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창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은 “실험 할 때는 온몸을 감싸는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을 모두 착용하고 들어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30도의 후끈한 열기가 밀려오는 실험실 내부로 들어가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 땅속 동굴속에 위치한 IBS A5 우주입자연구시설(ARF) 외부 모습/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 땅속 동굴속에 위치한 IBS A5 우주입자연구시설(ARF) 외부 모습/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지하 700m서 ‘암흑물질’ 캔다=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목적은 우주에 대한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은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불과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 중 26.8%가 암흑물질이고, 나머진 암흑 에너지다. 암흑물질은 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엑스선 등의 전자기파로 볼 수 없고 다른 입자와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눈에 보이는 빛은 물체와 광자가 반응한 결과다. 반면 암흑물질은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아 보이지 않고 검출하기도 힘들다. 암흑물질 발견은 곧 노벨상이라 여겨질 정도로 학계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암흑물질을 입증할 흔적이 실제로 발견된 적은 거의 없다.

이곳 실험실 1층에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킴스(KIMS, Korea Invisible Mass Search) 검출기가, 2층에는 1년 365일 측정한 신호를 대전 IBS 본원으로 전송하는 컴퓨터 및 네트워크 장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대전 본원에서는 이 신호 속에 암흑물질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지를 분석한다.

이중문으로 차폐된 1층 실험실로 들어서자 길이 3m, 높이 2.7m인 파란색 금속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암흑물질을 찾는 검출기다. 검출기 외부는 20cm 두께의 납, 5cm 두께의 구리, 이밖에 광물성 기름 등의 차폐막으로 이뤄졌다. 이날은 내부 검출기 모듈 속 크리스털을 교체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높이 3m가 넘는 기중기가 10평 남짓한 실험실 한가운데로 천천히 이동한다. ‘드르륵’ 양손으로 쇠사슬을 힘껏 잡아당기며 기중기 집게 고리를 황갈색 구리박스(검출기 모듈)에 건다. 그 순간 하 연구위원은 “자, 이제 개봉합니다. 크리스털이 민감해서 휴대폰 불빛도 이제 안 됩니다. 모두 끄세요”라고 주의를 구했다. 이어 숨을 한 번 깊게 내쉰 하 연구위원은 “기자님,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언론사 최초로 공개하는 겁니다”라며 봉인된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서는 가로×세로 10cm, 길이 30cm인 12개의 원통이 나타났다. 캡슐화된 8.7kg의 요오드화나트륨(Nal) 결정이다. 현장 연구자들은 그것이 투명한 빛을 낸다고 해서 ‘크리스털’이라고 불렀다. 크리스털은 암흑물질이 지나간 발자국을 찾는 핵심 장비다. 우주에서 날아온 암흑물질이 차폐벽 내부에 설치된 크리스털, 즉 고순도 결정을 통과할 때 파란빛이 나게 돼 있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기록·검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1년에 1~2번 정도 빛이 발생한다. 하 연구위원은 “크리스털이 잔뜩 흥분돼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주에서 날아온 물질과 충돌한 흔적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의 납 차폐체가 둘러진 킴스 검출기.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이렇게 디자인됐다. 차폐체 내부에는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의 납 차폐체가 둘러진 킴스 검출기.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이렇게 디자인됐다. 차폐체 내부에는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단 한 번의 신호 찾아…땅속 깊은 곳으로=그런데 우주입자를 왜 땅속 깊은 곳에서 찾아 나선 걸까. 이 질문에 하 연구위원은 “암흑물질 입자 신호가 매우 약한 탓”이라고 말했다. 암흑물질을 탐색하려면 우주선 입자(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가 대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배경 잡음’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잡음의 양은 지하로 갈수록 크게 줄어든다. 높은 산들이 잡음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 따라서 높은 산봉우리가 이어진 강원도는 실험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강운구 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기술위원은 “지하에선 잡음이 수백만 분의 1로 줄어든다”며 “검출기를 땅밑 더 깊은 곳에 설치할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황갈색 구리박스가 검출기 모듈이다. 개봉 전 모습/ 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황갈색 구리박스가 검출기 모듈이다. 개봉 전 모습/ 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류준영 기자



미스터리 우주 암흑물질 실체 누가 먼저 밝힐까



[어둠을 쫓는 과학자들]②세계는 지금 검출기 고도화 각축전…국내 첫 액체 검출기 1100m 지하 ‘정선 ARF’에 설치

요오드화나트룸을 설계한 새로운 실험 장치 코사인 검출기/자료=IBS
요오드화나트룸을 설계한 새로운 실험 장치 코사인 검출기/자료=IBS

‘유령 물질’이란 별칭을 가진 비활성 중성미자부터 윔프, 액시온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우주 암흑물질은 누군가에게는 포착되어야만 유의미해진다. 이 이론을 실증하기 위해 전세계 15개국 18개 지하연구소가 도전장을 던졌다.

코사인 실험 검출기의 모습. 검출기 모듈은 그림 a)처럼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 의 납 차폐체 안쪽에 구리 박스안에 위치한다. 이 차폐체의 벽면은 플라스틱 섬광체 패널(파란색), 납 벽돌(회색) 및 구리박스(황갈색)으로 이뤄진 여러 겹의 차폐체로 구성된다. 윔프의 신호가 아닌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서다.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은 차폐체 내부에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b)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 검출기에는 캡슐화된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8개가 사용된다(c)/사진=IBS
코사인 실험 검출기의 모습. 검출기 모듈은 그림 a)처럼 가로 200cm, 세로 300cm, 높이 200cm 의 납 차폐체 안쪽에 구리 박스안에 위치한다. 이 차폐체의 벽면은 플라스틱 섬광체 패널(파란색), 납 벽돌(회색) 및 구리박스(황갈색)으로 이뤄진 여러 겹의 차폐체로 구성된다. 윔프의 신호가 아닌 외부 방사선이나 우주선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막기 위해서다.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은 차폐체 내부에 사방으로 약 40cm 두께의 액체섬광체(b)로 검출기를 한 번 더 감싸 안정적인 검출 환경을 구축했다. 검출기에는 캡슐화된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8개가 사용된다(c)/사진=IBS

◇“땅속에서 우주 기원 찾는다”…15개국 18곳 ‘암흑물질 찾기’ 경쟁=가장 규모가 큰 연구시설은 지하 1290m 깊이 암반 아래 위치한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LNGS)이다. 가장 깊은 곳은 2010년 중국 남서부 쓰촨성 지하 2400m 아래에 위치한 CJPL. 중국은 지난 2014년 CJPL 확장공사를 통해 폭 12m, 길이 130m 규모의 실험실 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서드베리중성미자관측소(SNO)는 지하 2100m 지점에 건설됐다. 지름 18m에 달하는 거대한 공 모양 구조물에다 정제된 중수 1000톤(t)이 채워져 있다. 중성미자의 흔적인 빛을 감지하는 광센서도 9500개나 설치됐다. 미국 SURF는 사우스다코타주 서부의 홈스페이크 광산에 위치하는 1480m 깊이의 시설이다. 저온 액체 제논 검출기 실험과 뮤온빔을 이용한 중성미자 관측 실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기후현의 카미오카 광산에 위치한 도쿄대학의 우주선연구소(ICRR)는 지하 1000m에 설치된 중성미자 검출 실험연구소로 1966년부터 관측을 시작했다. 일본 연구진은 1968년 이곳에서 중성미자 진동에 관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제시해 중성미자에 미세하지만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곳에 1983년 지어진 카미오칸데 검출기는 약 3000톤의 정제된 물을 사용한다. 이 검출기로 1987년 초신성으로부터 온 중성미자 첫 관측에 성공했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일본은 ‘카미오칸데’와 ‘슈퍼 카미오칸데’ 등의 입자연구시설로 2002년과 2015년 두 차례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며 연구시설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퍼 카미오칸데 검출기는 카미오칸데 검출기보다 약 20배 더 큰 규모로 지하공간에 물 5만톤을 채우고 약 1만개의 광센서를 배치한 거대 시설이다. 이 검출기로 대기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가 변화함을 밝혀냈다.

한덕철광 광산 내 조성될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우주입자연구시설 조감도/사진=IBS
한덕철광 광산 내 조성될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우주입자연구시설 조감도/사진=IBS
◇양양보다 400m 더 깊게…정선 ARF 첫삽=우리나라는 지하실험시설의 역사가 짧은 데다 강원도 양양 실험실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교적 얕은 지하실험실이어서 배경 잡음을 극미량으로 낮추기는 불가능한 환경이다. IBS가 강원도 정선 소재 탄광 지하 1100m에 새로운 우주입자실험시설(ARF)를 만드는 이유다. IBS는 지난 12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한덕철광산업 제2수갱 광장에서 정선 우주입자실험시설(ARF) 1단계 터널 공사 착공식을 진행했다.

기존 양양 실험실보다 400m 더 깊은 곳에서, 면적은 양양 실험실 보다 10배 이상 넓은 2000㎡ 규모다. 완공되면 우주선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며 암흑물질 검출 민감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기존 연구시설보다 암흑물질 검출 성능이 최고 5배 가량에 이를 전망이다. 또 고체 검출기와 더불어 액체를 활용한 액체섬광계수기도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지름 20m, 깊이 15m 크기의 액체섬광체 탱크와 그 주변에 빛 반응을 체크할 광센서 1만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창현 IBS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암흑물질 검출을 위해 고체 검출기를 사용했다면, 앞으로는 액체 검출기도 함께 가동, 암흑물질 후보 입자를 찾는 데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정선 ARF를 2020년까지 구축하고 2021년 초부터 중성미자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검출기가 크면 클수록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데 유리하다. 검출기를 크게 만들기 위해선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크게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IBS는 지름 40cm, 높이 40cm 정도 되는 결정 10개(1톤급)를 정선 ARF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두철 IBS 원장은 “고심도 지하에 구축하는 정선 ARF는 우주를 향한 또 다른 한 걸음”이라며 “하루 빨리 고심도 지하실험실에서 우주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연구가 수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60일 데이터 분석에 걸린 ‘3초’…“큰 희열 느껴지는 순간"


[어둠을 쫓는 과학자들]③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 인터뷰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사진=양양(강원) 임성균 기자

‘3초’, 암흑물질 존재를 밝히기 위해 컴퓨터의 ‘엔터’키를 누른 후 결과값이 나오는데 걸린 시간. 하창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는 “60일간 모은 데이터의 분석값을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가장 긴장되고, 큰 희열을 느낀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하창현 연구위원은 지난 12월,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가 발견했다고 주장한 암흑물질 후보 입자 ‘윔프’ 흔적을 반박할 데이터를 확보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에서 대전으로 전송된 데이터의 분석은 우선 컴퓨터 분석 알고리즘을 설계한 후 공동연구단 회의에서 승낙이 떨어지면 관계자 전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종 결과값을 도출할 키보드 엔터키를 치도록 돼 있다.

하 연구위원은 “결과값이 나온 뒤 뭔가 잘못됐다고 고치는 경우는 없다”며 “그러지 않으면 데이터에서 자기가 찾고 싶어했던 것을 어떻게든 이끌어내 결국 잘못된 결과값을 도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연구의 투명성·객관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 연구위원은 “60일치 데이터 분석을 준비하는 데 꼬박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단은 다음으로 20개월간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논문을 국제저널에 제출했다.

하 연구위원은 그간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6개월간 강원도 양양 지하 우주입자연구시설(ARF)에 검출기를 설치할 때를 떠올렸다. 그는 “계산해보니 2016년에 검출기를 설치하기 위해 출장 신청을 총 42회 했다”며 “거의 매주 이곳에 와 살다시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납차폐를 위해 20명의 연구자들이 터널 밖에서 안까지 한 줄로 늘어서 무게 10kg 가량 되는 납벽돌 한장 한장 옮겼다”며 “그 작업에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하 연구위원은 이 연구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호기심’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등산을 한다고 쳤을 때 저 산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여기 산 중턱에서 알 수 없듯,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 물질만 해석하면 그 답이 나오는 데 궁금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하 연구위원은 “트랜지스터가 개발됐을 때 이것이 향후에 휴대폰을 만드는데 쓰일지 누가 알았겠나”라며 “암흑물질을 통해 우리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물리법칙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은 더 거대한 발견과 발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IBS, 암흑물질 ‘윔프 발견’ 20년 논란 잠재우다


[어둠을 쫓는 과학자]④민감도 높인 국산 검출기로 다마(DAMA) 실험 반증 데이터 확보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03년부터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킴스(KIMS)’ 실험, 2016년부터는 그 후속연구인 ‘코사인(COSINE)’ 실험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부터 국제학술지에 등재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이 우선적으로 찾고 있는 암흑물질 입자는 ‘윔프(WIMP)’다.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의 줄임말.

지난해 12월, 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98년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가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시행한 ‘다마’(DAMA) 실험 당시 포착한 신호가 윔프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물리학계 이목을 끌었다.

연구단에 따르면 윔프 검출은 초속 수백㎞로 지구로 날아온 윔프 입자가 검출기 내 원자핵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광자를 방출하게 되는 데, 이 신호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구단은 강원도 양양 지하 700m 우주입자연구시설(ARF)에서 다마 실험 검증을 위해 그들이 사용한 것과 같은 물질 및 실험법인 ‘코사인-100 실험’을 59.5일간(2016년 10월 20일~12월 29일) 실시했다.

이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은 ‘다마 실험에서 주장한 윔프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연구진은 “만약 다마 실험에서 포착한 신호가 실제 윔프라고 가정할 경우, 이 기간에 1200번의 신호가 검출돼야 하지만, 검출기에서 이런 신호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현수 IBS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코사인-100 실험은 다마 실험이 관측한 신호가 보편적인 암흑물질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20년간 세계적으로 계속돼온 윔프 발견 논란을 우리가 만든 검출기로 최종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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