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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공무원 되라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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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경제부장
  • 2019.04.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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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집 근처 남성 전용 미장원에 갔다. 손님은 나를 포함해 3명. 모두 40, 50대였다. 학생이 손님의 대부분이던 예전 풍경이 떠올라 미용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학교 두발 자유화 때문이에요. 요즘 애들 머리 안 깎아요.”

손님이 3분의 1은 줄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각급 학교에 두발 규제 철폐를 권고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게 돼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두발 규제가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많은 학교가 받아들였다.
두발자유화는 학교 앞 블루클럽에게는 악재다. 한 달에 한 번 하던 이발을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으로 거른다.

만약 미용사 단체나 미용실 업주 모임이 교육청의 계획을 알고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다. 미용실의 여론 장악력을 익히 아는 정치권이 움직였을 것이고, 미용사 업계와 교육당국, 시민단체, 노동조합으로 ‘사회적 대타협 대화 기구’가 생겼을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권과 권익은 부차적으로 취급하며 이뤄지는 결정에 학생들은 따라야 했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 인권과 자유도 지켜졌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한 이유는, 그런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두발자유화는 우리사회에서 아주 이례적이다. 이해가 다른 집단이 있는데도, 마찰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택시업계와 노동단체, 정치권, 카풀업체가 모여 내놓은 타협안은 미국에서부터 동남아까지 퍼져 있는 공유자동차를 우리도 타 보자는 여론과 거리가 멀었다. 자영업자를 돕자고 이뤄진 신용카드수수료 인하는 자동차, 통신, 대형마트, 항공, 소액결제 카드수수료를 들썩이게 한다. 문제의 핵심은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인데, ‘을’을 살려야 한다는 식의 윤리 프레임에 전체 사회의 후생을 늘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수요자의 권익을 유보하거나 해치면서 유지되거나 신설되는 규제는 성공할 수 없다. 17세기 세계 최고였던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상공업을 쇠락하게 한 것은 회원간 경쟁을 억제하려 종업원 수까지 제한하고 신기술 도입을 막는 규제를 시행한 동업자조직 길드였다. 그 때보다 국가간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고, 산업 사이클은 더 빨리 돌아간다.

누군가에겐 규제가 단기적으로 안전판이겠지만, 그런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꿈을 가질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된 인도의 공유차 업체 올라의 최고경영자 바비쉬 아가왈은 1982년생이다. 인도공과대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다가 29살 때 회사를 창업했다. 역시 현대차가 투자했던 동남아의 우버 ‘그랩’은 말레이시아 출신 앤서니 탄이 30살 때 설립했다. 이들이 한국에서였다면 성공신화는 가능했을까. 현대차가 국내 카풀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다 철회한 사례를 보면 대답은 뻔하다.

역동적인 국가를 지향한다는 ‘다이내믹코리아’라는 슬로건은 오래 전에 잊혔다. 젊은이들은 의사와 공무원 되기만 바란다. 그들에게 열정과 패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 말고는 성취감을 맛볼 게 없기 때문이다. 항상 문제의 원인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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