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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책 읽는 게 뭐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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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윤영 기자
  • 2019.04.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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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느린 학습자' 위한 '쉬운 글' 만드는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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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의영 피치마켓 대표/사진=피치마켓 제공
'발달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 말이 편견이라며 반기를 든 사람이 있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비영리단체 피치마켓을 운영하는 함의영 대표(37)다.

함 대표는 발달장애인 대신 '느린 학습자'라고 표현한다. 사람마다 각각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 발달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얘기다.

"발달장애인은 책을 못 읽고 학습을 못 한다는 말이 너무 많아요. 편견이죠.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비장애인들도 글을 읽는 능력은 다 다르지 않나요?"

피치마켓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을 쓴다. 기존에 있는 책을 쉬운 글로 풀어 새롭게 출간한다. 문장이나 단어만 바꾸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다음달부터는 매거진도 발간한다.

예를 들어 다니엘 디포의 '로빈스 크루소' 원작은 '나의 이름은 로빈슨 크루소이고, 1632년 영국의 요크 시에서 태어났어요.' 문장으로 시작한다. 피치마켓은 로빈슨 크루소를 발간하면서 주인공을 '로빈스 크루소' 에서 '홍이로 바꿨다.

문장도 '홍이는 토끼 사냥을 가기로 했다. 홍이가 부모님에게 말했다'로 바뀐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나 대화로 풀어쓰는 방식이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알퐁스 도테의 '어머니' 등 48권이 이 방식으로 새로 태어났다.

피치마켓의 사업은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근무시절 독서모임이 계기가 됐다.

함 대표는 "쉬운 글을 써보자 했는데 그 기준을 무엇으로 잡을지 모르겠더라"며 "모임 멤버 중 한 명이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어 그 친구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UNEP를 그만둔 후 2015년 무작정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출간했지만 실패였다. 함 대표는 "'어렵다'면서 책을 공짜로 줘도 안 받고 반품도 되더라"며 "발달장애인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장애인은 말은 잘 못하지만 글 읽는 수준이 뛰어나고, 또 다른 장애인은 이해도가 떨어졌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후 1년간 특수학교에 '학생' 신분으로 다니며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했다.

"'이 책 읽으면 어떤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언짢아요. 비장애인들에게는 그런 질문 안 하잖아요. 그냥 읽을거리를 만들 뿐이죠. 장애인이 '배고파', '맛있어'라는 이야기만 하다가 저희 책을 보고 새로운 단어를 말하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한대요. 그런 변화에 뿌듯함을 느낄 뿐입니다."
피치마켓이 새롭게 구성해 펴낸 다니엘 디포의 '로빈스 크루소' /사진=방윤영 기자
피치마켓이 새롭게 구성해 펴낸 다니엘 디포의 '로빈스 크루소' /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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