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 굴리는' 서울교통공사, 금고지기로 국민은행 선정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은행권의 지난해 서울시금고 경쟁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103년 만에 서울시 '1금고'를 빼앗긴 우리은행이 서울시의 최대 규모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마저 KB국민은행에 내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4일 발표된 서울교통공사 주거래 은행 입찰에서 승기를 잡았다.

기존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물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이 일제히 경쟁했지만, 기관영업 분야에선 비교적 '약체'로 여겨졌던 국민은행이 입찰에 성공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돼 2017년 5월 출범한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이 핵심 사업이며, 9호선 2·3단계 구간을 운영한다. 올해 사업예산은 3조1650억원, 작년 기준 하루 평균 운용 자금은 3102억원으로 서울시 산하기관 중 최대 규모다.

103년 동안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맡아왔던 탓에 서울교통공사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에 돈 관리를 맡겨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서울시 1금고가 변경되면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주거래은행 선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최종 계약을 완료하는 시점부터 오는 2022년 말까지 약 3년 동안 주거래은행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경쟁은 거액 출연금의 부담도 없어 은행마다 욕심을 냈다. 다만 평가항목 중 최고 배점(40점)이 '공사에 대한 예금·대출 금리'였고, 다음으로 높은 배점(25점)인 '부가서비스'의 세부 항목에 '임직원 신용대출 우대금리' 등이 포함돼 얼마나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는지가 당락을 갈랐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1금고가 신한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산하기관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민은행의 선전은 다소 의외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국민은행이 2017년 경찰청 대출 경쟁에서 유리한 금리를 제시해 사업권을 따내고, 작년에는 일부 서울 구금고마저 따내면서 기관영업에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다.

한편 앞으로도 서울시 산하기관을 둘러싼 금고지기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광역단위 공사·공단만 해도 SH공사·서울시설공단·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서울에너지공사 등 네 곳이 남았고, 각종 출자·출연기관은 수십 곳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 산하기관은 대부분 우리은행이 주거래를 맡아 왔지만, 앞으로는 교통공사처럼 독자적으로 주거래은행 선정에 나서 우대 금리 등의 혜택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