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역성장 쇼크, 절문근사(切問近思)

우리나라 신문·방송업은 빈약하다. 지난해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거둔 이익을 모두 합쳐도 한 견실한 중견기업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신문·방송업은 실물경기를 측정하고 체감하는 데 긴요한 바로미터다. 언론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가 경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웬만한 언론사는 거의 모든 업종의 국내 기업들과 거래하다 보니 언론사 매출이나 이익은 곧바로 경기 흐름을 반영하게 된다.
　
언론업종 종사자로서 국내 언론사 매출을 통해 본 최근 3년간 경기 흐름은 2017년이 최고 정점이었고, 지난해의 경우 ‘상고하저’였다. 2018년 상반기는 괜찮았지만 하반기부터 나빠지기 시작했고 3분기보다는 4분기가 더 나빴다. 올 들어서는 1분기가 지난해 4분기보다 더 악화했고 안타깝게도 4월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어려움이 지속된다.
　
한국은행이 올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0.3%로 발표해 충격을 줬지만 언론사 관계자들은 지난 3월말 1분기 실적을 본 후 올해가 정말 어려울 것임을 직감했다.
　
올 1분기 -0.3% 성장이라는 지표가 말해 주지만 한국경제는 수치가 아닌 실질 체감경기 측면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렵다. 경제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진짜 위기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산업별 또는 그룹별로 살펴봐도 어느 곳 하나 좋은 데가 없다. 중견·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이 하나같이 급격한 실적악화에 시달린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전분기 대비 1.0% 성장을 했던 우리 경제가 갑자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외견상으로는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정부 재정지출의 약발이 떨어지고 ‘반도체 착시’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주력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대표산업 가운데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메모리반도체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산업마저 글로벌 정보기술업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과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불황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올 1분기 10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 쇼크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펼친 소득주도성장 2년의 결과”라며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그건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 한국경제가 살아나고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못하겠는가.
　
사람은, 특히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은 오직 좋은 징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 지표에 대해서는 변명거리를 찾으려 든다. 특히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 하다못해 기업 CEO(최고경영자)도 그렇다. 이게 인지상정이지만 이런 압박감을 이겨내고 위기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식의 첫 출발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듯이 말이다. 그런 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분기 역성장 쇼크의 원인으로 대외여건 악화를 꼽은 것은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실망스럽다.
　
‘절문근사’(切問近思), 간절히 묻고 가까운 것에서 생각하면 인(仁)을 이룬다고 했다. 경제위기의 해법도 멀리 허황되게 생각하지 말고 가깝게 평범하게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제는 경제다. 밥이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