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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美뉴저지주의 100배 남는 규제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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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렬 산업2부장
  • 2019.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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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미국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초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에 위치한 화장품기업 인코코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박화영 회장이 던진 말이다. 박 회장은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세계 최초로 ‘붙이는 매니큐어’를 개발, 인코코를 지난해 매출 2억 달러 규모의 견실한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성공한 재미사업가의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미국 예찬론일까. 속단은 금물이다. 박 회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미국은 알다시피 규제가 센 나라입니다. 특히 환경규제는 말할 것도 없죠. ‘붙이는 매니큐어’를 만들려면 여러 가지 화학처리 공정을 거쳐야합니다. 창업 초기에 주정부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공장을 둘러보더니 시간을 줄 테니 배출되는 화학물질을 처리하고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고 하더라고요.”

사업초기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환경 규제로 자칫 공장 문을 닫거나 큰돈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음을 졸이던 박 회장은 주 정부의 조치에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듯했다고 한다. 주 정부가 작은 신생기업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래서 전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서 나오는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인코코는 현재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붙이는 매니큐어를 수출하는 글로벌 화장품기업으로 성장했다. 5년 내 매출 10억 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인코코 본사에서만 생산인력을 포함해 450여명이 일한다. 여기에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기부활동도 펼친다. 30년 전 한 기업에 대한 주정부의 사려 깊은 배려는 뒷날 10배, 100배의 경제적 보답으로 돌아온 셈이다.

정부는 과연 어떤 규제철학을 가져야하고, 또 어떻게 규제정책을 펼쳐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가 발등의 불인 우리 정부도 곱씹어봐야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열린 시장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좋아진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뿌리 깊은 규제다. 우리의 현실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정부도 나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과 장소 안에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중삼중의 규제가 기업을 옥죄고, 혁신에 대한 기존 산업의 저항도 거세다. 대표적인 예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인한 카카오T 카풀서비스의 좌절이다. 얼마 전 만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한 CEO(최고경영자)는 “과연 누가 이런 상황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겠냐”고 탄식했다.

[송정렬의 Echo]美뉴저지주의 100배 남는 규제장사
박 회장의 미국 예찬론은 결국 규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업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지적하는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기업은 아직도 규제의 대상인지, 아니면 애지중지 키워야할 존재로 대접받는지를 묻는 것이다. 규제개혁은 한두 가지 혁신적인 제도나 정책으로 이뤄질 일이 아니다. 규제와 기업에 대한 정부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관점과 자세가 바뀌어야만한다. 줄도 빽도 없는 가난한 이민자가 세운 신생기업에 규제의 철퇴보다는 ‘유예기간’(grace period)이라는 은혜로운 선물을 안긴 뉴저지주 정부처럼 말이다. 그래야 혁신이라는 연료로 식어가는 경제의 성장엔진을 다시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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