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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그들의 몰락은 어디에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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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사회부장
  • 2019.05.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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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강남 한 클럽의 작은 폭행사건에서 시작됐던 '버닝썬' 사태. 단순 폭행은 성공한 아이돌과 경찰이 연루되고, 마약과 섹스, 몰래카메라로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를 뜨겁게 '불태운 게이트'로 번졌다.

또 일부 일탈한 재벌가 3세들은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해외유학을 떠나 '마약동창'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칭을 얻었다. 한때 결혼을 약속했던 아이돌과 재벌가 3세의 만남은 마약으로 인연을 맺어 동반 구속으로 끝맺었다.

아쉬울 것 없어 보였던 이들이 왜 몰락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인생으로 보였던 이들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라기보다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과도한 욕망 탓이 컸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자이자 사상가인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저서에서 칼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 착취'에 대한 반론으로 자본주의의 도덕성을 강조했었다.

막스 베버는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의 뿌리를 보면 근면과 성실함에 욕망을 자제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프로테스탄트적(청교도적) 사상에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베버는 자본가든 노동자든 일할 수 있는 신성함에 감사하고, 탐욕을 버리고 근면·성실함을 더해 자본주의의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베버의 사상은 그 이후 케인즈 시대를 거치면서 욕망을 줄이고 축적하는 베버보다 소비를 통해 자본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베버의 사상은 오늘날의 개인주의적 현실이나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입장에서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남 클럽에서 1억원짜리 '만수르 세트'와 마약에 취해 이뤄지는 소비는 케인즈 주의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을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베버는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과 계층 체계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으로 재산(Property), 권력(Power), 명예(Prestige) 등 3P를 꼽았다. 이런 세 가지 요인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몰락을 이끌어 온다고 봤다.

작은 성공에 빠진 아이돌들은 트로이 전쟁의 작은 승리에 심취해 마약 같은 '로토스(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열매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또 그들의 주위엔 그 로토스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오디세우스와 같은 결단을 가진 사람이 곁에 없었다.

이는 단순히 일탈에 빠진 일부 연예인이나 재벌 3세에 그치는 얘기가 아니다. 권력을 가지면서 금력에 욕심이 생기고, 금력을 쥔 후엔 권력에 대한 탐욕이 생기고, 명예를 갖게 되면 권력과 금력을 바라는 세상 욕망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다.

3P 중 하나도 갖기 힘든 세상에서 권력을 가지면 더 큰 권력을 원하고, 이 모두를 가지려 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게 몰락의 길이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요구하는 금욕적 삶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부와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으라는 얘기다.

인생은 한 손을 뒤로 묶은 채 한 손으로만 살아가는 것이다. 무언가를 쥐려면 손에 쥔 그 무언가를 놔야 한다. 절제되지 않은 욕망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일부 아이돌의 몰락에서 우리는 이를 여실히 보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 수록 절제의 미덕은 더욱 필요하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사진=임성균 기자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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