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치갈등·국민간 적대감 가장 힘들어..협치 더 노력할것"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전직 국무총리와 장관 등 정치사회계 원로들과 만나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것은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서 대립·갈등이 격렬하고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이라며 "대통령이 협치 노력을 당연히 더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홍구 유민문화재단 이사장(전 국무총리) 등 11명의 원로와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을 포함, 12명의 원로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주요 대화는 정치사회적 갈등 해소와 통합 방안에 집중됐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사회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5.02. [email protected]

대통령이 막힌 정국을 직접 풀 것(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갈등을 다루는 절차의 필요성(김지형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됐다. 집권 2년을 지나는 만큼 정책기조의 전환(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한일관계에 새로운 움직임(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필요성과 '탈원전'이란 명칭에 대한 아쉬움(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표출됐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며 "그래도 각오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떻든 제가 반드시 감당해 내고 또 국민께 실망을 드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나 여야 갈등 해소에 노력하겠다면서도 "약식 취임식 하기 전에 야당 당사들을 전부 다 방문했고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 원내 대표들 자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만들었다"며 "(분기별 개최에 따라) 진작 지난 3월에 열렸어야 되는데 지금 벌써 2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 사회의 정책 전반이 거대한 갈등으로 뭉쳐져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그러면 반기는 국민이 있는 반면 반대하는 국민도 있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국민도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의 변화 모두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더 큰 틀의 사회적인 대화, 그것을 통한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더 독려해 주시고 그렇게 가야 한다는 말씀들도 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진보·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며 "그런 프레임을 없애는데 제 나름대로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북좌파'나 진보-보수 등의 규정에 대해 "오히려 상식, 실용, 이런 선에서 판단해야 되고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생각한다면 진보·보수 이런 것은 거의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도 (제가) 많이 듣는다"며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인 것이고, 또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타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사회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윤여준 정치연구원 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5.02.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경제와 미래 발전 등 모든 것을 위해서도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그런 (과거사) 문제를 자꾸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주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원로들은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지형 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등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선거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입법 등 '패스트트랙' 논란 관련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김우식 전 실장은 "탈원전 보다는 에너지믹스, 단계적 에너지 전환으로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송호근 교수는 "고용주도성장으로 바꾸자"며 "주휴수당만이라도 고용부에서 피고용자에게 주면, 고용증대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