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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강사, 전공 버린 학생…강사법 '꼼수'에 학교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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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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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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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강의 대폭 감소…강사 노동권·학생 교육권 침해 심각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강사 대량 해고 대책 마련 및 강사제도개선협의회 합의문 성실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강사 대량 해고 대책 마련 및 강사제도개선협의회 합의문 성실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학들의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피하기' 꼼수에 시간강사와 학생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에게 △1년 이상 임용·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4대보험 적용 등 처우개선 내용을 담은 강사법은 오는 8월 시행된다. 이에 대학들이 강의 축소와 강사 수 감축 등으로 대응하면서 대학 시스템의 약자인 시간강사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교육권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학교 나갔는데, 두 학교 잘렸다" 강사 목 조르는 구조조정

강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6개교에서 올해 1학기 개설된 총 강좌 수는 30만5353개로 지난해 1학기(31만2008개)보다 6655개 줄었다. 사립대로 좁혀 보면 같은 기간 강좌 수는 24만1919개에서 23만5383개로 2.7% 감소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최소 6000명 이상의 강사가 강단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직 강사들은 대학의 '피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조이한 시간강사는 "작년까지 학교 세 곳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이번 학기에 두 곳에서 해고됐다"며 "주변 강사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 한 강사는 출강하던 학교 세 곳에서 모두 해고돼 깊은 우울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에 따르면 대다수 강사들은 다음 학기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조씨는 이같은 구조조정이 강사들의 생계 문제를 넘어 학계 전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강사들도 전임교수와 똑같이 수업을 하고, 연구를 하는 학자다. 다른 건 정규직·비정규직의 차이일 뿐"이라며 "강사들의 생계 보장을 해주지 않으면 학문 전반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시간강사는 7만6164명으로 전임교수 9만902명에 맞먹는다. 2011년 11만2087명에 비해 줄어든 수치임에도 시간강사들은 여전히 학문 생태계의 큰 지분을 차지한다.

강사들이 맡던 강의를 떠안은 전임교원의 부담도 문제다. 김진균 한교조 부위원장은 지난 7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해고된 강사들에게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안에서 연구 교육의 한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임교원들에게도 피해"라고 말했다. 학문 연구라는 전임교수의 본업은 물론. 강의의 질 유지에도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학생 교육권 침해 심각…수업 줄고 대형강의만 늘어

학생들도 피해자다. 강의 수가 대폭 줄면서 필요한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씨(24)는 "타과 연계전공을 하고 싶어 계절학기를 신청하려 했는데, 원래는 3~5개씩 열리던 강의가 하나도 열리지 않아 포기했다"며 "해당 학과 사람들 사이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돈다"고 밝혔다.

등교하는 대학생들(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스1
등교하는 대학생들(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스1
강의 축소에 따른 대형강의화로 수업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학기 51명 이상의 대규모 강좌 비율은 13.9%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21명~50명의 중규모 강좌 비율도 50.2%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반면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좌 비율은 2.1% 줄어든 35.9%로 집계됐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2019년의 대학이 과연 자신의 학문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의 강사 해고와 수업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강사법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교육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정부·대학 책임 크다"…교육의 공공성 지적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섭 한교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사법을 핑계로 강사들을 해고하는 대학도 문제지만, 교육부도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사립대학에 지원을 해야 되는데 통과된 예산이 288억원뿐"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도 "누가 봐도 부작용이 뻔한 상황에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학이 강사법을 학문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는 터무니없는 일을 벌였고, 정부가 도왔다"며 "민주개혁세력을 자칭하는 정부조차 고등교육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은 개혁정부에겐 '자기파괴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 대학강사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강사법을 둘러싼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 대학강사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강사법을 둘러싼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강의를 대폭 줄인 대학의 책임도 함께 지적됐다. 김진균 한교조 부위원장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강사법 통과 이후 강사 처우 개선에 필요한 대학의 추가 비용은 1% 내외"라며 "지금 전체 대학이 가지고 있는 적립금 규모가 8조원을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대학은 그 사회의 가치와 정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강사법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이미 대학에 널리 퍼진 기업 논리를 더 강화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근대 대학의 이념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는 "예전에도 대학은 자신들이 공공성을 가진 기관임을 내세워 많은 특혜를 받으면서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들여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지성의 전당이라든가 진리의 상아탑은 낭만이거나 대학이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환상 같은 것"이라며 "패스트푸드점도 법과 노동자의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 안정망을 보장해 주는데, 대학은 인턴제도보다도 못한 대우를 하며 내부의 노동 시스템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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