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커피계 뒤흔든 '151㎝ 작은거인' 한국인

전주연 모모스커피 바리스타가 지난달 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왼쪽에서 세 번째 전주연 모모스커피 바리스타의 모습. / 사진제공=World Coffee Events

전주연 모모스커피 바리스타(32)는 151cm의 단신이다. 그는 지난달 전 세계 바리스타 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커피에 대한 깊은 고찰은 물론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으면서다. 2007년 부산의 한 작은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커피와의 연을 시작한지 10여년 만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9년 WBC' 대회에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우승을 차지했다. WBC는 현재 최고의 바리스타 대회로 올해는 전 세계 55개국 국가대표들이 챔피언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대회는 에스프레소, 밀크음료, 첨가음료 커피를 각 4잔씩 제공하며 커피 철학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커피 향미에 영향을 미치는 커피의 탄수화물을 주제로 총 15분간 시연을 펼쳤다. 기존 딱딱한 분위기의 프레젠테이션을 탈피하고, 심사위원들을 낮은 테이블에 앉혀 실제 고객들을 대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그는 "키가 작은 편이라 남들처럼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심사위원들을 위로 올려다보기 때문에 위압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최대한 맛있는 커피를 친근하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전주연 모모스커피 바리스타가 지난달 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World Coffee Events

그는 나만의 창작 음료를 만드는 부분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는 "커피 소비가 늘어날수록 버려지는 찌꺼기가 많다"며 "이 찌꺼기에 남아있는 탄수화물을 추출한 뒤 다시 한 번 커피에 섞어 음료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커피, 탄수화물 연구를 위해 직접 식품공학과 교수들을 찾아 "배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한 번 뭔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덕분일까. 그는 매사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는 "2009년 우연찮게 WBC 대회에 출전한 이종훈 바리스타 영상을 보고 매료돼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종훈 바리스타 연락처를 수소문해 그에게 대회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이후 매주 모모스커피 직원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대표로 뽑혀 대회에 나가 14등을 차지했고, 올해는 지난해 시간 초과 실수를 보완하면서 1위를 거머쥐었다.

전주연 모모스커피 바리스타 / 사진제공=OG.lab

그는 2007년 4평 남짓한 모모스커피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의 원래 꿈은 유치원 선생님, 사회복지사였다. 그는 "실습까지 나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고, 내가 할 수 없는 직업이란 걸 일찍 깨달았다"며 "반대로 커피는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커피에 뛰어든 2009년까지만 해도 바리스타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다. 그는 모모스커피와 꿈을 이뤄나갔다. 모모스커피는 현재 대형 직영점 2곳에 직원 40여명을 둔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다. 그의 우승으로 근래 평일 1000여명이 카페를 찾는다. 이전과 비교해 30~40% 정도 손님이 늘었다. 일본,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그를 보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최근 블루보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등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그는 "국내 스페셜티 산업 자체가 커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도 스페셜티 커피가 뭐지, 뭐길래 이렇게 줄까지 서지 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되고, 도전해보고 싶은 자극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의 꿈은 스페셜티 커피와 바리스타에 대한 인식, 이미지를 더 친숙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바리스타는 커피 연출가"라며 "커피를 잘 내리는 건 기본이고, 맛있게 만든 이후 고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엄청나지만, 이에 비해 전 세계 커피 시장에서의 주목도는 적은 편"이라며 "우리나라 바리스타들을 세계에 알리고, 더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스페셜티 커피를 보다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커피 농가와 함께 다양하고 맛있는 커피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 수확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