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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상전벽해와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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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 2019.05.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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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기 때 쌓이는 브로커리지 수익은 달콤했다. 전체 수익의 절반을 넘을 때도 있었다. 침체기엔 과거 벌어둔 수익으로 근근이 버텼다. 특히 큰 손들은 주요 고객이었다. 이리저리 큰 손들의 돈을 굴려주며 수수료를 챙겼다. 거래대금이 줄면 수익도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고객을 잃지 않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자연스레 수수료 과당 경쟁에 몰두했다. 달콤함에 안주하며 새로운 먹거리도 찾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졌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증권업은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저부가가치 산업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변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갈아치우는 증권사가 속출하고 있다. 1년 순익이 2000억원을 넘으면 ‘환호’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한 분기 실적이 그에 육박한다. 증권사, 크게 보면 자본시장이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성패에 대한 의견이 갈리지만, 그 단초를 놓은 것은 10년 전 시행된 자본시장법이었다. 융자·대출 등 은행 중심의 구시대 금융을 자본시장 중심의 새로운 투자 금융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금융당국자는 “자본시장법으로 형식적인 집을 지었고, 이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몇 차례 수장이 바뀌었지만, 금융 당국의 이런 철학 기조는 법 개정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됐다. 진입 턱 낮추기부터 크고 작은 규제 완화가 매년 이뤄졌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족쇄였던 영업용순자본비율(NCR)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부여해준 게 컸다.

그러자 자기자본이 눈에 띄게 커졌다.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2008년 자본시장법 도입 직전 2조3000억원에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IPO(기업 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만 해오다 기업 신용공여, 자기자본을 활용한 기업 대출 등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운신의 폭이 확대되니 고만고만했던 복덕방 수준에서 벗어났다.

저금리로 시장에 돈도 풀렸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하는 입장에서 최근 10년간 상당히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금리가 싸다 보니 채권 등 전통 자산이 아닌 부동산, 인프라 투자 등 대체투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대로 낮아졌다.

붕어빵 같던 증권사들도 특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국·NH·미래에셋대우·KB 등은 불어난 자기자본을 발판 삼아 초대형 IB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도 대열에 합류하려 몸을 풀고 있다. 그러다 보면 덩치가 커져 하나의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국내에만 계속 투자하기 어렵게 됐다. 거품이 생길 우려도 있다. 궁극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덩치가 작은 메리츠증권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돈 안 되는 지점 영업을 확 줄이고 그 여력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쏟아부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거래에 집중했다. 자산관리로 전선을 넓히다 여의치 않자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대형사는 IB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역량을 키운다. 중·소형사들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브로커리지에 집중된 과당 경쟁 구도를 해소한다’ 몇 차례 손질된 자본시장법의 핵심이다. 당국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업계는 여전히 규제가 과도하다고 아우성이다. 은행 중심의 시장 구조도 견고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역할이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9년 자본시장법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도약을 위한 또 한 번의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 규제 완화는 계속돼야 한다.
[광화문]상전벽해와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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