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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가 날아올랐다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ize 기자
  • 2019.05.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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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단기간에 치솟은 인기를 검증 받고 싶다면, 주위에서 누군가 이렇게 묻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걔네, 언제부터 지금처럼 인기 있었어?’ 대상의 장르가 마니악할수록, 질문자가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을수록 그 인기는 드문 현상이 된다. 자, 이제 대상에 록 밴드, 질문자에 ‘음원 차트 탑100’만 찾는 사람 그리고 시기에 2019년이라는 설정 값을 대입해 보자. 고민할 것도 없이 단번에 ‘잔나비’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10년 전의 장기하와 얼굴들이, 5년 전의 혁오가 있었던 바로 그 자리다.

익히 알려진 대로 잔나비는 데뷔부터 주목 받은 밴드는 아니었다. 첫 싱글 ‘로켓트’가 2014년 발매였으니 짧게 잡아도 3, 4년은 무명이라면 무명 시절을 보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무명 시절’이 그린 그래프는 다른 밴드들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동네 친구이자 1992년 생 동갑내기인 최정훈(보컬), 유영현(키보드), 김도형(기타) 세 사람이 스무 살의 시작과 함께 의욕적으로 밴드를 만든 점이나 이듬해 장경준(베이스)과 윤결(드럼)을 추가 멤버로 영입하며 지금의 밴드 구성을 갖춘 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록 밴드의 시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소속 밴드라고는 잔나비 뿐인 의문의 레이블 페포니 뮤직 소속으로 대부분의 밴드들이 그렇듯 홍대 클럽 공연을 이어가면서도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듯 늘 가벼운 몸놀림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 모습이 좀처럼 범상치 않았다. 한 마디로 이들은 ‘홍대’에만 머물 것 같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잔나비는 크고 작은 클럽 공연에 부지런히 출연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 건 단독 공연을 여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밴드로서의 이름값이 높아졌다. 펜타포트의 ‘펜타슈퍼루키’나 그린플러그드의 ‘신인그린프렌즈’ 등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물론 ‘슈퍼스타K’ 처럼 밴드로서의 진정성을 오해 받기 쉬운 경연 프로그램 출연 역시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도 음반 홍보와 관련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어렵지만 음악 활동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말하는, 애써 만든 음악을 널리 알려 이롭게 하기 위한 잔나비의 기본활동조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그렇게 자신들과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도전하기를 주저 하지 않았던 이들을 부르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불후의 명곡’ 출연을 통해 극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이들은 2018년 말, 3000여 석 규모의 단독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시키는 인기 밴드로 발돋움했다. 첫 단독 공연에서 서른 명 남짓한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했다는 사실이 격세지감처럼 느껴질 놀라운 성장이었다.

잔나비의 이러한 성장이 요령이나 꼼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건 비단 이들이 걸어온 길이 남긴 흔적뿐만이 아니다. 록 밴드치고는 너무 착하다 혹은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온 잔나비의 음악 역시 지금의 뜨거운 인기를 뒷받침해주는 결정적 증거다. 잔나비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소환되는 ‘아날로그’나 ‘복고’는 그 자체로 요령 없이 순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 음악이 지닌 온도와 일맥상통하는 키워드다. 모두가 초시대와 5G를 외치는 지금까지도 고집스레 2G 휴대폰을 사용하며 ‘음악 작업에만 전념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인터뷰를 하는 희귀생명체가 만드는 음악이니 오죽할까 싶다. 이제는 세월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린 ‘그룹 사운드’라는 표현마저 고수하고 있는 이들이 올해 세상에 내놓은 2집 ‘전설’의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방탄소년단, 위너, 박효신 등 쟁쟁한 라이벌들과 함께 발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음원 차트 5위권을 맴돌고 있다. 잔나비가 날아올랐다. 천천히 날아오른만큼,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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