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메이크업 20년, 단지마다 개성톡톡"

이미진 삼성물산 빌딩사업부 상품디자인그룹 책임 /사진제공=삼성물산

“멋지게 만든 아파트를 ‘메이크업’ 해서 예쁜 부분은 더욱 더 돋보이게, 못 생긴 부분은 가려주는 게 제 일이지요”

이미진 삼성물산 (150,100원 ▼300 -0.20%) 빌딩사업부 상품디자인그룹 책임은 건설사에서는 보기 드문 색채전문가(컬러리스트)로 익스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파트에 색을 입히는 것은 물론 현관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공간을 디자인한다. 아파트 외관, 단지 출입구, 부대시설, 지하부터 기준층까지의 공용홀, 필로티, 지하 주차장, 표지판 등 단지내 모든 디자인이 그의 손을 거친다.


건축 전공자들이 보통 설계나 인테리어를 담당하게 되는 것과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학부때 누구나 닮고 싶어 하던 ‘건축 색채’ 교수님을 따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석사과정 때 신도시 아파트의 색채 디자인에 빠져들면서 본격적인 재미를 느꼈다. 이후 건축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따면서 아파트 색채와 함께 한 지 20여년이 지났다.

낯선 분야이다 보니 회사내 거의 유일한 컬러디자인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했다. 지금이야 후배가 생겼지만 한동안은 혼자서 다하니까 ‘걸어다니는 매뉴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테리어는 유행따라 바꿀 수 있지만 아파트 외관은 거의 30~40년간 바뀌지 않아요. 수많은 입주민을 만족시켜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환영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하기에 심리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바로 이 일의 매력이지요"


20년 이상 한 길을 걸어왔지만 ‘색’은 여전히 쉽지 않은 분야다. 같은 색깔이라 해도 조명 재질 주변환경 심리 등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에 그만큼 재밌는 요소가 많다.

트렌드에 항상 민감하게 접근해야 하기에 건축박람회는 물론 심리학 패션잡지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항상 관심을 기울인다. 신소재의 각축장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박람회도 꼭 챙긴다.

그는 보자마자 ‘아 이 아파트가 래미안이구나’ 라는 소리를 듣기 바라지 않는다. “같은 색, 같은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보다는 단지 자체가 브랜드화되는, 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공용부인 엘리베이터홀의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것이지만 ‘내’ 것이지 못했던 이 공간을 나만의 공간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