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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들의 인생을 책임 지는 건 며느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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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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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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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너는 죽은 후 단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난 너 다섯살 때.”

사랑스러운 눈길로 고3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휴대폰 게임을 하던 아들은 나를 흘깃 쳐다보더니 “어쨌든 나 어렸을 땐 아니야. 엄마가 그렇다면 나도 내 어린 아들과 보내고 싶겠지”라고 말했다.

다시 물었다. “아니, 나중에 말고 지금 하루를 선택한다면?” “그래도 나 어렸을 땐 아니야. 엄마는 단 하루를 사는데 다섯살 때로 돌아가 외할머니랑 보내고 싶어?” “아니….”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으니 아들은 내게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아들이 자라면서 점점 더 나와의 연결고리가 옅어짐을 느낀다. 아들은 아마 평균수명만 살아도 100세 이상은 거뜬히 살 텐데, 그 시간 중 내가 아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초반 20~30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아들의 100년 인생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잔소리를 하고 내 방식을 강요한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말부터 하버드대생 268명과 보스턴 빈민가 출신의 고교 중퇴자 456명, 영재로 발탁된 20대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행복 연구가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40년 이상 이 연구에 참여해온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 조지 베일런트는 2010년에 국내에 발간된 ‘행복의 조건’이란 책에 그간의 연구에서 얻은 결론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10대나 20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여러 변수들, 이를테면 부모의 사회적 신분, 부모의 안정된 결혼생활, 어린 시절에 겪은 부모의 죽음, 가족간의 결속력, 아이큐 등이 70세 이후의 삶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한 마디로 10대, 20대 때 결정적으로 보이던 부모의 영향은 중장년 이후의 삶에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어머니, 아들의 인생을 책임 지는 건 며느리랍니다"


반면 결혼생활은 고통에 대응하는 자세, 교육, 금연, 금주, 운동, 적당한 체중 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결정 짓는 7대 요인으로 꼽혔다. 베일런트는 특히 “50세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80세에도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40~50대 때 결혼생활을 보면 그 사람의 노년이 어떨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혼의 중요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들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인생의 교훈이다. 주식 갑부 워런 버핏은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내게는 2번의 전환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고 둘째는 수지를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수지는 2004년에 세상을 떠난 버핏의 부인이다.

버핏은 2017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의 대담에서도 “우리는 닮고 싶은 사람과 가까이 하기를 원하는데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배우자”라며 “이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도 "인생의 파트너를 고른다면, 누구를 고르는지가 아마도 당신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일 것”이라며 “이 결정은 당신의 직업이 뭔지, 당신이 어느 고등학교를 거쳐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 역시 저서 ‘린인’(Lean in)에서 “여성에게 경력상 가장 중요한 결정은 파트너를 가질 것인지, 가진다면 그 파트너가 누구인지이다”라며 “나는 인생의 파트너로부터 일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고위직 여성은 이제껏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월급과 승진에 배우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브리타니 C. 솔로몬과 조슈아 J. 잭슨은 배우자가 성실한 사람은 급여가 더 많고 승진 가능성도 올라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실한 배우자는 집안일을 상당 부분 떠맡아 상대방이 일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데다 그의 부지런함을 상대방이 보고 배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행복 연구의 4번째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어는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행복 연구가 주는 교훈’이라는 TED 강연에서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인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50대에 가장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이 80대 때 가장 건강했다는 설명이다.

인간관계 중 가장 깊고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관계가 부부관계다. 월딩어는 좋은 부부관계란 항상 원만한 관계가 아니라 자주 다투더라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관계라고 소개했다. 꼭 결혼해 배우자가 있어야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내게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나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공부 잘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100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이다. 평생 홀로 산다고 했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람들과 친밀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것이냐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관계들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열아홉의 내 아들도 이제 품 안의 자식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들에겐 내가 모르는 삶의 영역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아들이 내 품을 떠나 어느 곳에서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제 공부 얘기는 그치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대화를 늘려가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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