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을 보내며…우리는 어디쯤 서있나

'잔인한 5월'이 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진통,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변수가 시장 불안감을 키우면서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내내 짓눌렸다. 기업실적 등 기초 체력이 약한 한국 주식시장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무역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보다 더 무기력했다.


급락 장세가 이어진 한국 증시는 얼마나 떨어진 걸까. 또 환율은 어느 정도 오른 걸까. 손자병법에선 '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 번 싸워서도 절대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현재 우리 주식시장과 원/달러 환율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지지 않는 투자전략을 세우는 기본이 될 수 있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포인트(0.05%) 내린 2044.2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 2050선이 무너졌고, 이날도 회복하지 못했다. 상승 출발했던 코스닥 지수는 0.36포인트(0.05%) 하락, 689.6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3일 700선이 붕괴된 이후 680~690선을 오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의 경우 사상 최고가(장중 2607.1)를 찍었던 지난 2018년 1월29일 대비 21.6% 하락한 것이다. 반대로 최근 1년 장중 최저가(1984.53)를 기록한 올 1월4일보다는 3% 높은 수준이다.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 낙폭은 더 크다. 환율이 오르면서 사상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졌다. 이는 최근 3년 이내 하위 10% 범위에 해당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현재 시장을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하락한 1184.5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1195.7원을 찍은 이후 5거래일 연속 떨어지고 있지만 외환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환율이 1190원대까지 치솟은 것은 2017년 1월 이후 2년4개월여 만이다. 1년 전 만해도 1070원대였던 환율이 1년 여만에 10% 이상 뛰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7배까지 하락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부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저점 PBR은 0.85배로 현재 지수로 환산하면 1987포인트다. 미중 무역분쟁, 세계경기 침체 등 우려가 리먼 사태 당시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코스피를 떨어뜨린 셈이다. 현재 PBR은 금융위기 이후 하위 0.02%인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적정가치보다 저평가 구간에 있는 만큼 2050포인트 이하에선 매도보다는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며 "5% 이상 하락한 다음 달 평균 수익률이 2.7%였다는 역대 증시 통계도 6월 기술적 반등을 기대해 볼만한 지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 선행지수를 들여다보면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는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5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 증시 비중 조절이 28일 끝나면 외국인 수급도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결국 교역조건 측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환율 변화를 올해 수출에 대입해보면 연 평균 환율이 1150원 수준일 때보다 5~7%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