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유럽인 누가 대표하나…융커 후임 28일부터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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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프레트 베버 유럽국민당(EPP) 대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후임 인선 논의가 오는 28일(현지시간) 시작된다.

EU 집행위원장은 EU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2억 유럽인을 대표해 국제무대를 누빈다.

이런 가운데 융커 위원장의 후임 인선에 대해 아직 EU 회원국 정상들 간에 합의된 사항은 없지만 크게 4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독일의 중도우파 정치인 만프레트 베버 유럽국민당(EPP) 대표다. 베버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

EU는 지난 2014년부터 EU는 '슈피첸칸디다텐'(대표후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출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제도에 따라 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파의 대표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는데 EPP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선출돼 이번 선거를 총괄해온 베버 대표후보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일부 EU 정상들은 이런 '자동' 당선에 이견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PP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1당을 유지하긴 했지만 의석수가 줄었다. 기존의 217석보다 줄어든 약 178석을 확보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행정부 경험 및 인지도 부족 또한 베버 대표의 단점으로 지목된다. 융커 위원장의 경우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하는 등 국가 행정 경험이 있으나, 베버 대표는 독일이나 EU에서도 행정 경험이 없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 로이터=뉴스1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 그룹(ADLE)에 소속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스타 파워'가 있는 후보다. 그는 애플·구글 등 미국 공룡 기업들에게 EU 경쟁법 위반을 근거로 벌금을 부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세금의 여인'(tax lady)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베스타게르 위원이 소속된 ADLE는 약 100석 정도밖에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베버 대표의 대안으로 베스타게르 위원을 지지할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성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여성 집행위원장 탄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융커 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새 위원장 후보로 언급된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 그룹(S&D)을 대표하는 티메르만스 부위원장은 폴란드와 헝가리 등 극우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제재를 주도해 눈길을 끌었던 인사다.

네덜란드 외무장관 출신인 그는 베버 대표와 달리 EU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발언권을 가지려면 연정을 통해 녹색당과 사회당 등 진보 세력을 통합해야 한다.

EU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담당했던 프랑스 외무장관 출신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도 차기 위원장감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베버 대표, 메르켈 총리와 함께 EPP에 속해 있다.

EU 정상들은 일단 28일 만나 논의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엔 다음 달 20~21일 예정돼 있는 정례 EU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