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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학폭’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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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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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 R&B(리듬앤블루스) 가수가 학창시절 학교폭력(학폭)을 한 사실이 댓글 창을 통해 올라왔지만, 흔히 있는 일인 양 쉽게 묻혔다. 그런 일은 그때 ‘맞았다’. 여론은 인기 있는 자, 힘 있는 자, 가진 자에 기생하거나 그들의 편에 섰다.

수많은 ‘학폭’이 있어도 피해자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싸워도 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가 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가해자의 승리는 영원했을 것이다. 그때 ‘맞는’ 일은 그러나 이제 ‘틀리다’.

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 엠넷 ‘프로듀서 101’에서 1등에 오른 연습생 윤서빈 등이 최근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발생하면 당초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의 ‘내용’은 사실로 판명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태도도 신중하기 때문이다. 소위 사실에 ‘포장’이나 ‘왜곡’이 있을 수 있으나, ‘학폭’ 자체가 없었던 일이 아니므로, 가해자의 반응도 ‘덤으로 맞을 준비하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왜곡된 사실 교정은 그 이후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는 수년간 참다가 바뀐 시대 흐름에 용기를 내고 피해 사실을 밝힌다. ‘밤마다 충격적 피해로 잠도 못 잤다’까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실을 통해 얻은 ‘감정의 위축’, ‘관계의 소외’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가해는 위압과 지배를 동력으로 삼는다. 피해자에게 욕하고 때리고 물건을 빼앗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지닌 ‘힘의 크기’를 믿기 때문이다. 힘의 크기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왜곡된 자신감은 대중 앞에서 뽐내야 하는 연예인 위치에선 필수 요소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이를 그대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감 있던 그들도 상대 위력에 눌려 패배자 그늘에 사로잡히기 쉽고, 다른 대인 관계에서도 위축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학폭’은 특히 미성년 시기에 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각인 효과가 크다. 가해자가 연예인이 되고 이젠 더 이상 상대하기 어려운 지체 높은 유명인이 됐을 때, ‘피해 사실 공표’는 쉽지 않은 용기를 수반한다.

때론 부끄럽고 때론 사소한 것 같아 쓰고 지우길 반복했던 ‘자기 안의 암세포’ 같은 자세한 기억을 피해자들이 왜 드러내 도려내고 싶은지 가해자들이 ‘용기내’ 공감해야 한다.

‘학폭’ 당사자 일부는 그룹을 탈퇴하는 수순으로 이어졌지만,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거나 피해자를 찾겠다고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등 효린의 오락가락 해명은 피해자를 벼랑으로 모는 2차 피해로 볼 수밖에 없다.

효린이 평소 무대에서 보여준 ‘쿨한 이미지’를 고려하면 “잘못했다” “뉘우친다” 4글자가 그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그의 태도가 아쉽다.

[우보세] ‘학폭’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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