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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받을 수밖에 없는 ‘모두의 연기’…코믹 스릴러에 2시간이 2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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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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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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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무비] ‘기생충’ 리뷰…긴장의 끈 조이며 영화적 재미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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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너무 재밌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이 기대를 높인 까닭도 있겠지만,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적 재미가 넘친다. ‘코믹 스릴러’란 장르가 있다면 그 개척자로 봉준호 감독을 떠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대비시킨 미장센(인물, 사물, 조명 등 시각적 요소의 배열)은 형식적 구도의 미를 빛나게 할 뿐 아니라, 영화가 얘기하는 메시지의 본령도 또렷이 전달한다.

계단식 화장실 배열에서부터 찌든 가난의 흔적, 자기만의 정원으로 꾸린 동화 속 궁전 같은 부자의 건축물과의 대비부터 아찔한 긴장감이 시퍼렇게 피어오른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 타임에도 2분이 지나간 것처럼 서사 전개가 숨 막힐 듯 촘촘하다. 코믹과 스릴러가 줄다리기하듯 이어지는 바람에 한 눈 팔 장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촘촘히 엮는 인물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봉 감독이 블록버스터급으로 선보인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이 주요 ‘장치’를 내세워 시각을 지배했다면, 이 작품은 오로지 ‘인물’만으로 오감을 뒤흔든다.

그렇다고 배우 송강호가 작품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역할은 ‘N분의 1’일 뿐이다. 특히 스릴의 문을 여는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 남매의 연기는 그 디테일과 태도에 있어 충무로의 새로운 발견이다.

부유한 박사장(이선균)과 아내(조여정), 이 집의 가정부(이정은) 등 캐릭터들의 ‘선을 넘지 않는’ 연기도 공감 획득에 부족함이 없다. ‘모두의 연기’로 불릴 만큼 캐릭터 저마다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면서도, 협력과 조화의 기운을 잃지 않는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부자와 빈자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선’(善)을 지향한다. 자신의 비밀이 들키지 않는 한 이 가치는 유효하다. 부자에 기생하던 가족들이 “부자인데, 착해” “부자니까, 착해”를 두고 논쟁하는 짧은 장면에서도 ‘선’은 경제적 순위와 상관없는 가장 중요한 명제로 등장한다.

박사장 네도 ‘믿음의 벨트’라는 말로 인간관계의 본질이 ‘선’임을 재확인한다. 선이 틀어지는 것은 대단한 갑질이나 폭언, 무시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느낌의 차이나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게 하는 분위기로 나타난다.

“왜, 그런 냄새 있잖아. 딱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지하철 타면 나는 그런 냄새, 그 냄새가 막 올라오더라고.”(박사장) 부자가 빈자를 향해 ‘폭언’을 퍼붓지 않았지만, 이 미묘한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에 ‘선’은 어느 순간 흔들리고 뒤틀리고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한다.

가난한 이들은 그 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냄새’에 대해 연구한다. 같은 비누를 썼다는 ‘공중 책임론’에서 반지하 특유의 냄새라는 ‘무능의 인식’까지 부자와 공유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처음 깨닫는다.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비행기나 식당 등에서 동선이 겹치지 않아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며 “등장인물들은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에 연속적으로 처하는데, 냄새가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부자 가족이나 가난한 가족 모두 그 연대감은 끈끈하다. 이들 가족에게선 불화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왜 선은 뒤틀리는가. 누군가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세상에 ‘상생’ 또는 ‘공생’의 선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일까.

감독이 정의하는 우리의 자화상은 이렇다. “광대가 없음에도 희극이, 악인이 없음에도 비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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