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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시대에도 잘나가는 ‘트레이더 조’ & ‘베스트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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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소진 기자
  • 김지현 기자
  • 구유나 기자
  • 2019.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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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온라인, 배달 안 돼도 충성고객↑ ‘트레이더 조’
베조스조차 “두고두고 전해질 전략” 극찬한 베스트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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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폐업하거나 폐업 계획을 밝힌 소매 점포수만 7000여 곳. 아마존발(發)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오프라인 유통이 폐허가 되고 있는 와중에도 잘나가는 소매업체들이 있다.

미국 유기농식품 슈퍼마켓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 이들의 성공 비결 역시 아마존과 같다. 바로 고객 만족이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존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 충성 고객을 확장한 것이다.

아마존시대에도 잘나가는 ‘트레이더 조’ & ‘베스트바이’

◇온라인 주문, 배달 안 돼도 잘 나가는 ‘트레이더 조'

트레이더 조는 아마존에 인수된 홀푸드와 함께 미국 유기농식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이 133억 달러(약 15조8400억 원)인데 10년 전의 두 배 이상이다.

비결은 세월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충성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트레이더 조는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리서치를 비롯해 각종 소매업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외신들은 트레이더 조의 고객을 '광적'(cul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고객들은 '트레이더조스팬닷컴'이라는 팬 사이트를 만들어 제품 리뷰는 물론 이곳에서 판매되는 식품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공유한다.

/사진=트레이더 조<br>
/사진=트레이더 조<br>


심지어 이곳은 온라인 쇼핑몰도 없어서 매장을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야 함에도 고객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매장이 없는 캐나다에는 트레이더 조 제품만 되파는 '해적 조'(Pirate Joe's)라는 가게까지 생겼다. 이 가게는 미국 가서 물건을 사오는 사람까지 고용했다.

더욱이 아마존이나 이베이 입점도 거부하고 지난 3월에는 뉴욕 7개 매장에서 제공하던 배달 서비스도 비용 문제로 중단했다. 아마존이 만들고 있는 유통의 질서와 거꾸로 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트레이더 조 매장은 다른 마트와 비교해 규모가 엄청나고 제품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매장 수는 480여개인데 다른 마트의 크기가 평균 5만제곱피트(약 1400평)인데 반해 트레이더 조는 작게는 8000제곱피트(224평), 가장 큰 매장도 1만2000제곱피트(337평)이다. 물건 수도 평균 5만개 이상을 취급하는 다른 마트와 달리 3000개 이하이다.

대신 트레이더 조 매장은 '슈퍼마켓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즐길 거리가 많다. 마치 열대지방에 휴가를 온 느낌이다. 고객들은 '시식 원두막'(tasting hut)에서 전 제품을 마음껏 시식할 수 있다. 원두막에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직원들 중 아무나 붙잡고 요청하면 진열 상품 집어서 그 자리에서 뜯어 맛을 보여준다. 진열대에 인형을 한두 개씩 숨겨 놓고 보물찾기하는 매장도 있다. 부모 따라 온 아이들이 인형을 찾으면 막대사탕을 선물로 준다. 존 바살론 트레이더 조 매장 총괄책임자는 "우리는 매장이 브랜드이고 제품 구입은 전체 고객 경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진=트레이더 조
/사진=트레이더 조

매장 관리하는 직원들은 마치 동네 친구 같다. 제품이 얼마나 저렴한지 얘기하기보단 제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는지 설명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까지 자신 있게 추천한다. 직원들의 진열대 정리는 일반 마트와 달리 고객이 많이 있을 때 하는데 그 이유가 고객과 더 자주 마주치고 대화하기 위해서다. 계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더 조는 계산대 스캐너의 '삐' 소리가 계산원과 고객과의 대화를 방해한다며 1990년대까지도 바코드 찍는 대신 계산기를 사용했다. 지금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스캐너를 개발해 쓰고 있다.

마케팅회사 부사장이던 마크 가디너는 트레이더 조의 성공 비결을 밝히기 위해 1년간 위장 취업을 한 뒤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가 알아낸 것은 직원들이 유별나게 수다쟁이들이더라는 것. 그는 팟캐스트에서 "첫날부터 매장 직원 50여명이 앞 다퉈 나에게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는 기가 막히게 귀를 기울였다. 말 그대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공감 능력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 조는 채용 면접 때 스펙 대신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가장 즐거웠던 대화 경험은 무엇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를 묻는다.

트레이더 조 직원이 친절한 이유는 그만큼 회사가 직원들을 대접하기 때문이다. 창업자 조 콜롬비는 창업 초기부터 "우리 정직원은 중산층 수준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유통업계 평균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비정규직도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월마트(2만5000달러)와 비교하면 연봉이 두 배 차이가 난다.

아마존시대에도 잘나가는 ‘트레이더 조’ & ‘베스트바이’

◇제프 베조스조차 “두고두고 전해질 전략”이라는 '베스트바이'

미국 전자제품 판매업체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 유통시장 2위인 서킷시티와 라디오쉑이 줄줄이 폐업할 때도 살아남았다. 아마존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잘 되고 있다.

베스트바이도 2012년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호텔체인 '칼슨'의 CEO였던 휴버트 졸리를 영입하면서 2017년부터 상승 곡선이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에서 배울 건 배웠다. 대표적으로 최저가 전략이다. 제품 가격 내리기 위해 회사 전세기를 매각하고 자동차 경주 후원과 슈퍼볼 광고에 쓰던 마케팅 비용을 삭감했다. 처음 몇 달은 손실이 났지만 2~3개월 지나자 일부 카테고리에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대신 아마존이 따라할 수 없는 전략을 세웠다. 매장을 체험공간이자 물류기지로 활용한 것이다. 매장을 비용이 아니라 ‘아마존에는 없는’ 자산으로 정의내리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1000여개 매장에 브랜드 전문가를 배치해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게 하고 애플 스토어와 같은 숍인숍(shop in shop)도 만들었다. 2013년부터 삼성, 소니, 인텔, 다이슨 등 웬만한 가전박람회에 버금가는 브랜드 체험관을 열고 최근에는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비교하는 전시장도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베스트바이 체험관에 먼저 신제품을 내놓고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매장을 온라인 주문 당일 배송을 위한 중간물류센터로 활용해 배송시간을 33% 줄이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택배를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베스트바이 '긱 스쿼드' 서비스 /사진=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 '긱 스쿼드' 서비스 /사진=베스트바이

그런데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의 빠른 배송과 로봇을 이용한 물류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그래서 로봇이 할 수 없는 고객서비스, 즉 사람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긱 스쿼드'(Geek Squad). 한마디로 스마트 기기에 능숙한 '긱'(geek·괴짜)들의 가정방문이다. 점포당 30여명, 미국 전역에 2만 여명이 365일 고객을 방문해 기술 지원과 상담을 한다. 수리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고 어떤 브랜드, 어떤 디자인이 어울릴지 최대 90분까지 무료로 상담해준다. 새로 출시된 스마트 기기를 설명하면서 친분도 쌓는다. 베스트 바이는 이들이 고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출 압박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방문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는다. 건당, 시간당 업무 성과에 압박을 받지 않도록 모두 시급제 대신 연봉제를 적용했다. 고객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2017년 베스트바이 전체 매출 중 긱 스쿼드에서 발생한 매출은 26%, 매년 가정방문 요청전화는 400만 건이 넘는다. 지난해 5월부터는 연간 199달러(23만7000원)를 내면 긱 스쿼드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는데 지금까지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조 펠드만 텔시자문그룹 애널리스트는 워싱턴포스트에 "아마존에서 클릭 몇 번으로 스마트폰과 스크린TV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고객들에게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 제품이 좋을까? 필요한 기능일까? 그들은 도움을 받길 원한다"며 "베스트바이는 이를 간파했고 긱 스쿼드는 앞으로 회사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과거 경쟁자였던 서킷시티의 전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마컴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베스트바이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판단해 스스로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의 경쟁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베스트바이의 경영전략에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두고두고 오랜 시간 쓰이고 전해질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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