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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자 성추행한 인간문화재…'화해권고'한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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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채원 , 박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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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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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서울서부지법, 강제추행 혐의 유죄 인정…"피해자 핍박하고 궁지로 몰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서울시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명창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후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판사는 지난달 29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명창 A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앞서 A씨는 20여년간 자신으로부터 민요를 전수받던 제자 B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생일 자리에 참석한 B씨에게 "할 말이 있으니 혼자 (우리)집 근처로 오라"고 말했다. B씨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전수교육조교(인간문화재 전 단계에 해당) 시험과 관련해 스승인 A씨가 할 말이 있어 부른 것이라 생각했다. B씨가 A씨 집 인근에 도착하자 A씨는 B씨를 노래방으로 데려갔고, 그는 이 자리에서 옆에 앉아있던 B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곧바로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며 자리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날 이후 B씨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배제됐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꼈다. 오랜 꿈이었던 인간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수조교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 시험에는 인간문화재인 스승 A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스승이 추천서를 내지 않을 경우 통과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B씨는 서울시에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B씨는 "서울시 담당자에게 사정을 말했지만 오랜 꿈을 포기하는 건 아까우니 스승과 화해를 하고 전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B씨는 전수소를 떠났다. 24년간 키워왔던 꿈은 그렇게 끝이 났다. 꿈은 조각났지만 전수소를 떠났다고 수치심마저 사라지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B씨는 스승 A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법정에 선 A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A씨는 "B씨가 나를 유인했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람을 (입맞춤과 같은) 행동으로 덮으려 했다"면서 "나를 음해해야 B씨 등이 문화재가 될 수 있기에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 판사는 "A씨의 주장은 모두 근거가 매우 희박한 억측이거나 그 자체로 전후모순돼 재고할 만한 것들이 되지 못한다"며 "이 사건 범행이 B씨에게 준 모멸감과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청소년기 이후 일생 대부분을 A씨를 바라보며 A씨와 같은 인간문화재가 될 꿈을 꾸며 살아왔다"며 "A씨의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또 "전수조교가 되는 데는 그 분야 인간문화재인 A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한 번 관계가 어긋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이 분야의 특징이기도 하다"며 "A씨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B씨를 상대로 추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지도 않고 피해자를 오히려 핍박하고 궁지로 몰아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측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B씨가 상담을 요청했을 당시에는 성추행을 주로 문제 삼으려는 내용이 아니었고, 스승과의 갈등에 대한 상담으로 받아들여 화해 권고를 한 것"이라며 "성추행 담당 부서 상담자와 따로 연결을 주선하고 A씨에게 지급하던 전수 지원금을 끊는 등 조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B씨는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곧바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던 점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전수 지원금을 중단한 것도 상담 이후 바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고소를 하겠다고 하니 급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이 확정될 경우 A씨는 인간문화재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제26조에 따르면 전통문화의 공연·전시·심사 등과 관련하여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그 밖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전승자의 인정을 해제한다.

다만 서울시 측은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1심 판결의 경우 확정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A씨의 인간문화재 자격을 박탈할 순 없다"며 "다만 자격 정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승 A씨는 지난달 31일 해당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 입장을 듣고자 변호를 맡은 담당변호사와 며칠간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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