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했지만 현대차를 나왔다, 그리고…"

윤기영 엠바이움 대표 /사진=김남이 기자

"매일 똑같은 역할 벗어나고 싶지 않나? 새장에 머물 텐가. 뛰쳐나갈 텐가." "나와 함께 일하고 싶으시다?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요. 새장 속의 삶이 난 좋아요. 왜 떠나야 하죠?" (영화, 위대한 쇼맨 중)


2017년 ‘위대한 쇼맨’을 본 윤기영 엠바이옴 대표(38)는 영화 속 인물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2014년 현대차 사내벤처에 합류해 시작한 '에코코팅' 프로젝트가 사업 가능성을 보인 시기였다.

회사에 남을지, 독립해 분사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막상 독립할 생각을 하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부모님도 '왜 안정적인 회사를 떠나냐'며 우려했다.

윤 대표는 "선행 연구를 진행한 분들은 회사로 복귀한 상황이었고, 제가 독립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며 "독립을 생각하니 불안감이 찾아왔고, 이것을 극복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패하면 3년 후 현대차로 복귀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고려 대상은 아니었다. 그는 "남들이 회사 내에서 앞으로 달려가는데 나 혼자 밖에서 뒤로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엠바이옴은 차량 에어컨에서 나는 냄새를 줄이는 '에코코팅' 기술을 갖고 있다. 공조기술에 바이오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에어컨 냄새의 주요 원인은 에바포레이터(증발기)에 악취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이 자라는 것인데, '에코코팅'은 무취 미생물로 이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무해한 미생물을 번식시켜 악취 미생물이 자랄 여지를 줄이는 기술이다. 엠바이옴은 2016년부터 고온 다습한 인도에서 ‘에코코팅’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며 테스트를 했다.

윤기영 엠바이움 대표가 박소윤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인도에서 진행한 1년간의 실증연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때부터 윤 대표의 '분사' 고민이 시작됐다.

윤 대표는 "어떤 분이 ‘회사 생활이 불만과의 싸움이라면 사업은 불안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며 "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 주변이 같이 흔들리는 게 보였고 빨리 결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당시 개봉한 ‘위대한 쇼맨’을 봤다. 안정적인 극단에서 나와 서커스단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은 극 중 ‘칼라일’의 역할이 자신과 겹쳐 보였다. 영화처럼 그도 새장 속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는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지난 3월 법인을 설립했고, 4월에 현대차를 퇴사했다. 사무실은 경기 수원시 서울대 농생명과학창업지원센터에 얻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박소윤 이사도 함께 회사를 나왔다.

막상 회사를 나오니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윤 대표는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가 나에게 해주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오니 좋은 회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명함을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이메일 주소조차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남양 연구소도 이제는 협력업체로서 번호표를 뽑아야 들어갈 수 있다"며 "얼마 전엔 번호표를 뽑았는데 대기 순번이 100번을 넘어 30분을 기다려 겨우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엠바이옴의 ‘에코코팅’ 기술은 현재 인도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전 차종에 적용 중이다.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고, 동남아, 중국 진출도 노크 중이다. 또 초미세먼지를 97% 이상 차단할 수 있는 필터를 개발해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5년 후에 매출 500억원이 목표다.

윤 대표는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이 회사를 더 발전시키는 길이었다"며 "처음에는 어렵던 일도 한 번 해보니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계획을 결재받으면서 지영조 현대차 사장님께 연락드리니 덕담과 함께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올해는 글로벌 마케팅과 R&D 쪽 인력을 충원해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