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보상 매수청구 규정 손본다

정부가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 후속으로 연내 도시자연공원구역 매수청구 자격을 완화한다. 토지소유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지자체가 개인 소유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판결에 따라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별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공원 부지가 순차적으로 해제돼 소유주의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1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토지매수의 청구 관련 법령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청구 제도 변경에 따른 파급효과가 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까지 전문기관에 단기 용역을 발주하고, 연내 토지소유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안을 내놓겠단 방침이다.

정부가 도시자연공원구역 매수청구 자격 완화에 나선 이유는 그간 토지소유주의 권리 행사 요건이 불분명하고 까다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매수청구 제도에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지정이 오히려 토지소유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보상 대상인 도시 내 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고 토지소유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안을 일몰제 대책으로 내놨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그린벨트처럼 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에 효용이 떨어진다.


현재 도시공원법에 따르면 토지소유자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 토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자체장은 3년 안에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그런데 매수대상 토지를 판정하는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 관련 법령인 도시공원법 시행령 제34조를 보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이후 이전 지목대로 사용할 수 없을 때 토지 개별공시지가가 해당 읍·면·동 안에 지정된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의 동일 지목 개별공시지가 평균치의 50% 미만이거나, 토지 사용·수익이 불가능할 때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우선 보상을 하지 못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8.17㎢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어 법령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소유주의 재산권, 지자체 예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효율적인 도시자연공원구역 매수청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매수청구권 행사 이후 지자체가 3년 안에 보상을 하지 못할 경우 여전히 재산권이 침해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행정은 신뢰가 기본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예산 확보 방안과 보상 계획, 시기, 토지보상 우선 순위 등을 공개해야 소유자를 설득할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