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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학자 윤석헌과 금감원장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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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 2019.06.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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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하고 금융 기관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권위는 거기에서 나온다. 그래야 시장의 규율을 세울 수 있다. 2000년대 5년 간 금감원을 출입할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권위가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어떤 권역의 종사자들을 만나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뭘 해도 욕을 먹는 조직이라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금감원은 1~3급 상위직급 비중이 43%에 달한다. 비대하면서도 ‘초고령화’ 됐다. 인원은 많고 그 자리를 지키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줄여 준다며 폐지했던 종합검사가 윤석헌 원장 취임과 함께 4년 만에 부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핵심 부문만 검사해 수검 부담을 최소화한다지만, 말 그대로 종합 검사다. 적잖은 인원이 투입된다. 과도한 사전자료 요청 등 검사 그 자체가 업계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감독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예방은 잘해야 본전이다. 자기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검사는 밑져야 본전이다. 검사를 나가면 건수를 만들 수 있다. 예방과 검사의 유인책은 확연히 다르다. 최근 만난 한 금융기관 CEO(최고 경영자)는 “탈탈 털면 먼지 안 나는 곳이 있겠나. 종합검사 부활로 경영 자율성이 강조되던 시기는 끝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비대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또 다른 금융기관 CEO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적극적이었고 전문성도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기존 제도를 바꾸고 완화하는 것은 사고 날 개연성이 높다. 사고를 치면 문책을 당하지만, 그냥 하던 일만 하면 두드러지진 않지만 그래도 성과는 나온다. 한 전직 금감원 임원은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한탄했다.

통합감독기구로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어도 고질적인 은행, 보험, 증권의 권역 다툼도 크게 개선된 게 없다. 공채 기수들은 다를 거라는 기대도 접었다. 자신이 어느 권역에서 시작했는지를 놓고 그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조직은 아직도 사분오열 중이다.

외환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 발표는 금감원에 대한 신뢰 붕괴의 일면이다. 피해자들의 억울함도 있고, 은행이 사기에 가까운 불완전 판매를 한 것도 맞다. 10년 전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도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일부 배상 책임을 물었다. 소멸 시효도 완성됐다. 불완전 판매도 민법 원리로 갔다. 키코 판매 당시엔 자본시장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분쟁조정위의 판단은 법원과 별개로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윤 원장이 키코에 대한 학자적 소신을 갖고 있고, 본인이 그 분야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흘러간 물을 다시 되돌리면 시장의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건 감독기관 신뢰에 관한 문제다. 윤 원장은 조직을 관리하는 장(長)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기를 쳤으니 배상하라는 분쟁조정 결과를 은행들이 과연 수용하겠나.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강제할 방법도 없지 않나. 상황이 이렇게 까지 온 이상 팔을 비틀어 은행권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수밖에 없다. 망신이다.

윤 원장이야 일단의 학자들에게 소신을 지켰다고 박수 받을 수 있겠지만,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될까.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누가 금감원을 존경하겠나. 말 그대로 소탐대실이다. 은행 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들이 금감원을 주시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그간 정치권을 등에 업고 등장한 일부 전임 원장들로 조직의 탄력과 경쟁력은 크게 훼손됐다. 시장에서 금감원에 대한 걱정거리는 ‘CEO 리스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금감원은 윤 원장 개인의 것이 아니다. 학자 윤석헌과 금감원장 윤석헌은 달라야 한다.
[광화문]학자 윤석헌과 금감원장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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