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엄포 무색…폭스콘 "중국 밖에서 아이폰 생산가능"

/사진=AFP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 대만 폭스콘(중국명 홍하이정밀)이 고객사가 요청할 경우 제조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약 1주일 전 중국이 대기업들을 불러 미국에 협조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이 무색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류양웨이(Liu Young-way) 폭스콘 반도체 담당은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에서 "애플이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길 것을 요구할 경우 폭스콘은 애플의 이러한 요구에 완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중 무역긴장에 따라 별도의 팀을 구성했으며 24시간 상황을 감시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직까지 애플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컨퍼런스는 최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회사 후계 구도의 윤곽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콘의 이 같은 투자자 컨퍼런스는 45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포스트 궈타이밍' 시대에 9명의 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고 주요 기업 전략을 구상,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이 위원회는 매주 만나 이사회에 해당 내용을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이날 투자자들의 관심은 악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관계와 그에 따른 폭스콘의 대응에 쏠렸다.


미국은 지난 1일부터 2000억달러(237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상향했고 현재 3250억달러 상당 중국산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중이다.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폭스콘은 연 매출액의 50%가량을 애플과 연관된 사업에서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생산시설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해 수출하는데 폭스콘이 중국 밖 지역에 둔 생산시설은 전체 생산시설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WSJ는 전했다.

류 담당은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 "폭스콘의 제조 능력은 중국 밖에서도 충분하다"며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제조시설은 전세계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폭스콘은 중국 외 브라질, 멕시코,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체코, 미국, 호주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한편 이날 폭스콘의 방침은 '화웨이 사태'를 둘러싸고 지난주 중국이 자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나와 더욱 주목 받았다. 당시 자리에서 중국은 해외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국외로 이전할 경우 '불특정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콘의 한 간부는 WSJ에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죽였다"며 "무역분쟁이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란 점을 모두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