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영' 나선 이재용…"수성 넘어 창업하는 각오로 도전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출처=삼성전자 블라인드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부회장이 미중 무역전쟁과 반(反)화웨이 사태 등 대외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각 사업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직접 챙기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위기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IM부문 사장단으로부터 전날 개최된 'IM부문 글로벌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첨단 선행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노태문 IM부문 개발실장(사장), 노희찬 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가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고 사장으로부터 '갤럭시 폴드'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책임지는 IM부문의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점검하면서 5G(5세대 통신)를 넘어 6G(6세대 통신)과 블록체인, 차세대 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전반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사태와 상관 없이 이미 계획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1일에 이어 13일에도 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차원에서 2주 만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등을 소집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주말에 사장단 회의를 긴급소집한 것은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맡은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격변의 시대를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다"며 "글로벌 IT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17일에는 삼성전기 (144,500원 ▼3,500 -2.36%)를 찾아 전장용 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사업 현황을 보고 받는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 초호황에 대비해 지난해 1000여 명을 신규채용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업부문별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는 것과 관련해 재계는 사실상 비상경영 선포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경영환경은 올 들어 악화일로다.

화웨이 사태 여파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의 투자 지연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메모리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주력제품인 D램(DDR4 8Gb)의 경우 지난해 9월 8.19달러까지 올랐던 가격이 지난달 3.7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2분기에도 실적 하강 국면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를 통해 대규모 투자나 채용은 흔들림 없이 진행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삼성전자 특유의 '초격차' 전략을 위해 당분간 이 부회장과 경영진들의 만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