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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 한·일관계와 역사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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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19.06.1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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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의 격화 속에 한일관계의 악화도 심상치 않다. 적극적인 관계 개선 노력 없이 현재와 같은 정체상태가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 세력전이론에 기반한 설명이 있다. 압도적 패권국가가 존재하고 이 국가와 주변 국가들 사이의 힘의 불균형 속에 오히려 평화가 유지된다는 세력전이론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패권국가의 지위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1895년 청일전쟁 승리 이후 지속된 일본의 패권적 지위는 2010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6조1000억달러로 일본의 5조7000억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하면서 역전된다. 한국과 중국·일본의 GDP는 1990년 한국을 기준으로 대략 1대1.3대11.2였다면 2010년에는 1대5.6대5.2로 변화한다.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의 세력전이도 놀랍지만 한국과 일본의 힘의 크기도 1910년 이후 가장 대등한 상태로 들어섰다. 이러한 세력전이와 힘의 균형 상태가 오히려 동아시아에 구조적인 갈등의 심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한일관계 악화의 더 직접적인 원인은 오늘날 한일 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여전히 ‘과거를 인질로 삼은 현재’가 계승되는 역사화해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는 공유하지만 그 해석은 공유하지 못하는’ 아시아국가들의 불신과 증오가 아시아 미래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피해자는 누구나 정당한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복수가 복수를 불러오는 사회붕괴의 위기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화해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공감하게 된다.
 
한나 아렌트의 주장처럼 과거에 대한 ‘용서’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약속’은 정치의 부재를 극복하고 정치적 권위를 성립시키는 조건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미래를 향한 존재라는 사실에서 어떤 행해진 일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인간행위의 해방이 곧 용서고 행위의 예측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약속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사유하고 행위하는 인간의 정치가 완성된다.
 
역사화해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관용을 의미하는 근대적 가치며 전근대적인 도덕적·종교적 용서와 다르다. 화해에 이르기 위한 사과와 배상, 용서의 틀은 도덕적 비난에 기초한 복수를 꿈꾸거나 교환경제로서 조건적 용서를 강조하다 보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용서를 강요하는 용서의 정치적 수단화에 빠지게 된다. 지구적 차원의 정의는 실현 가능한 정치적인 차원과 근본적인 선을 추구하는 윤리적 차원의 경계에서 섬세한 균형을 필요로 하며 일본과 대등한 힘을 갖게 된 한국이 주도하여 역사화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우선 시민교육이 중요하고 초국적 제도화가 중요할 것이다. 교육의 예로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 국민의 서로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도는 매우 분명한 2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세대가 어릴수록 상대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둘째는 상대국가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우리 교육의 한 부분은 젊은 세대에게 초점을 맞춰 이웃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하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
 
한일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두 나라가 협력해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대일로’를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 속에 한일 양국은 양자택일의 상황보다 국제규범과 국제제도의 강조를 통해 국제연대의 틀을 모색함으로써 미중 대결구도를 협력구도로 바꾸는 데 공조해야 한다.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불신으로 얼룩진 과거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서 동아시아를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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