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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보, 그 규제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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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 2019.06.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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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얼마전 저녁을 함께했다. 규제 개혁 전도사라는 별칭답게 박 회장이 테이블에 올린 얘기는 그날도 어김없이 규제 완화였다.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를 두고 몇몇 분석이 오갔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청와대 행사에 참석했을 때 일화를 꺼냈다. 쓸만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신사업 규제에 잡혀 시장 진출을 못하는 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건의했다고 한다.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반 년 가까이 지나도록 바뀐 건 없었다.

부처별로 얽힌 법규를 핑계로 서로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미룬 탓이다. 낙심하던 박 회장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대한상의 임직원의 남편이 해당 부처 담당자였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직원이 그날 밤 남편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결론이 어땠을까. 그 직원의 남편이 이런 답을 내놨다고 한다. "여보, 그건 내 담당이 아니야."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웃지 않은 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사실 웃을 얘기는 아니었다. 뒷맛이 썼다. 신사업과 규제를 대하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카풀, 드론 등등의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정권마다 규제 완화를 외친 지 십수년. 기업인들도 이제는 안다. 아무리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펜대를 틀어쥔 공무원이 바뀌지 않으면 별 수확이 없다는 걸. 문제는 공무원을 변하게 할 방법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다 보면 규제 전문가를 거쳐 결국 사회 불만세력이 된다고 한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를 방문했다가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기업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사고뭉치에서 나온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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