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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감사의 진정한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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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문 관세청장
  • 2019.06.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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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검사 생활을 한 필자가 관세청장으로 부임하게 된 것은 당시 관세청이 면세점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감사원의 감사 덕분(?)에 관세청장으로 부임할 수 있었으니 감사원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20여 년간 검찰공무원 생활(검사로서 수사를 하거나 공무원으로서 감사를 받거나)을 하면서 감사나 수사의 위험성을 항상 생각해왔다. 이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신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나 수사에 착수하고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만들어낸다.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거나 별건수사를 하거나.
 
그런데 사실 감사나 수사는 책임자를 찾아내 징계하거나 기소하는 절차여서는 안 된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고, 그 결과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항상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건의 실체 확인보다 책임의 확인에 초점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적정업무량이 100건인데 처리해야 하는 양이 500건이어서 실수가 있었음에도 원인은 살피지 않고 실수만 밝혀 징계를 하는 식이다.
 
관세청장으로 부임한 초기 감사담당관과 감사의 목적에 대해 대화한 적이 있다. “감사과정에서 직원들이 잘못 처리한 부분을 찾아내 다시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 “감사의 개념에 잘못된 부분이라는 말이 필요할까요? 그냥 잘한 부분을 찾아내 널리 알리고 포상하면 안 될까요?”
 
지난 2년간 관세청은 감사행정을 변화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다에서 잘못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한다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예방과 계도 위주 감사 실시, 자율시정 확대, 잘한 부분 발굴, 중대범죄 집중으로 구체적인 감사방향을 설정했다. 그러면서 적극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필자의 부임 전후 2년 간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감사결과 제도개선 건수가 165건에서 225건으로 증가하고 징계 등 신분조치 건수는 233건에서 149건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행정을 실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예를 들어 현대로템㈜의 경우 완성 철도차량을 보세공장에서 보관하지 못해 보세공장 외에서 일시 보관할 필요가 있었는데 보세공장 외의 보관은 원료만 가능하다는 기존 해석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해 완제품도 장외보관이 가능하도록 허용해 2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8000억원 정도의 수출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의 목적은 잘못을 발견·지적하고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과거 업무수행을 점검해 앞으로 업무를 더욱 잘하기 위한 것이다. 잘못 처리된 사건은 그 원인을 궁구하여 제거하고 잘한 사건은 널리 알려 다른 사람들도 참고토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를 받은 사람이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감사하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감사의 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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