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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IT플랫폼 '디지털 영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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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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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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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인터넷 시장은 미국과 중국(G2)이 99% 이상 장악했습니다.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그들에게 자국의 데이터와 매출을 뺏기는 문제에 대해 점점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열린 국내 한 심포지엄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오랜만에 단상에 올라 이같이 강조했다.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는 보이지 않는 국경이 존재한다.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에는 국경이 없지만, 규제와 데이터주권에는 엄연히 국경이 있다. 이에 대한 많은 논쟁들이 있지만 화자들이 속한 조직의 상황에 따라 서로의 입장은 다르다. 국경 안에 속해있는 조직은 그 안에서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고, 국경 밖에서 경쟁하는 조직은 밖으로 시선을 향한다.

1990년 필자는 삼성SDS 책임으로, 삼성전자 영국법인에서 현지 ERP(전사적자원관리)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당시 한국에서 보낸 한글 파일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로 호환되지 않아 매우 불편했고, 발표자료는 일일이 손으로 다시 만들었다. 귀국 후 호환 문제에 대해 알아보던 중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오피스 가격이 전세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란 걸 알았다. ‘한글’과 같은 뛰어난 경쟁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자산 측면에서 자국 IT플랫폼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크게 깨달았다.

한글과컴퓨터는 사업 초창기 MS 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90% 가까이 가져갔다. 국내 IT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 시대도 열었다. 이에 맞서 MS는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한컴을 압박했다. 1995년 PC 운영체제(OS)가 MS의 ‘윈도’로 바뀌면서 ‘끼워팔기’와 ‘선탑재’로 한컴의 위기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한컴은 30여년간 MS와 경쟁하며 2016년 한컴오피스에 MS워드를 탑재, MS오피스와의 호환성을 높이고 MS오피스 대체재를 원하는 국가들을 공략해오고 있다.

국내 불법 SW사용 근절을 위해 만들어진 미국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와 주한미대사관이 최근 화웨이 이슈를 계기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 등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가한다고 한다. 공공 및 금융시장 개방에 적극적이며, IT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시장은 이들에게 좋은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식민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국내 시장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국계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

흔히 4차산업의 핵심인 A,B,C로 이야기하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 클라우드는 영토 역할을 한다. 지난해 AWS는 서버 장애로 우리나라를 ‘디지털 블랙아웃’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제대로된 사과문이나 원인규명 및 보상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가 데이터주권을 지키지 못하고 내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의 로고는 A to Z를 표현한다. 자사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팔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A, B, C 부터 내주고 ‘디지털 영토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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