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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삼성의 흑자, 쿠팡의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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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19.07.0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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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현장을 점검하고 주말마다 주요 사업부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경영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의 핵심 축인 반도체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 안팎의 악재로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은 온데간데 없다.
 
‘삼성 위기론’에 대해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둔 전략적 행보라는 일각의 삐딱한 시선도 있지만 대체로 삼성이 현재 큰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백번 양보해 ‘엄살’이라 쳐도 삼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에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마디로 ‘불안한 1위’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6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도 6조원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시장의 전망이 맞다면 전년 동기보다 절반 넘게 뚝 떨어진 성적표를 내놓게 된다. 수년 만의 최저치다. 그런데 ‘위기의 6조원대 영업이익’은 모든 CEO(최고경영자)가 꿈꾸는, 또는 감히 꿈을 꿀 수도 없는 ‘흑자’ 규모다.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최대 위기’라고 하니 한편으론 차라리 그 위기가 부럽다. 돌이켜보면 삼성맨들은 늘 위기를 느끼며 살았다. 그리 돈을 많이 벌면서도 여유로움이 없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했다. 글로벌 최강이지만 여유로운 챔피언이 아니라 늘 결승전을 치르는 듯한 긴장감이 흐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략적 적자’의 여유를 부리는 쿠팡이다. 삼성의 흑자를 모든 CEO가 꿈꾼다면 쿠팡은 모든 CEO가 부러워 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쿠팡은 설립 이후 거의 매년 적자를 냈다. 지난해엔 영업적자가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매출은 급증세다. 올 들어 김범석 단독대표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지만 여전히 적자는 전략적이고 투자는 이어진다. e커머스업계 구도를 최후의 승자만 살아남는, 살아남는 자가 승자인 방향으로 몰아간다. 그 바탕은 막대한 ‘현금동원력’이고, 그 뒷배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있다.
 
1조원 넘는 적자를 내면 보통 완전한 부실기업이요, 문을 닫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빠른 성장과 미래를 담보로 떨어질 줄 모른다. 급성장 과정에서 잡음과 마찰도 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승자독식 게임의 초반이라며 당당하다. 임직원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적자규모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없다. 근거가 있든, 없든 아무튼 ‘근자감’이 느껴진다. 불안감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투자자와 시장이 쿠팡을 버리지 않는 한 베팅과 투자, 격한 전쟁은 유효하다. 혹자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일군 기업과 남의 돈(펀딩)으로 키운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 차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평가는 시장이 내린다.
 
말장난 같지만 삼성의 흑자는 불안한 흑자고, 쿠팡의 적자는 희망의 적자다. 삼성을 바라보는 눈은 자꾸 과거를 향하려 하고, 쿠팡을 바라보는 눈은 미래를 향한다. ‘당당한 흑자, 불안한 적자’가 거꾸로 선 것 자체가 비정상적 시대 상황과 혁명적 시장 변화의 혼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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