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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익만이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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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경제부장
  • 2019.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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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식량과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 국가를 장악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국민을 장악할 것이다”라고 했다.

첨단 산업 사회에서는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 반도체를 장악하면 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휴대전화, 컴퓨터는 물론이고 자동차, 선박도 반도체가 빠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손정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강조했다는 AI(인공지능) 시대도 반도체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한국은 식량과 에너지는 부족하지만 반도체를 가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D램 시장을 70% 이상 점유한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50% 이상이다. 이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산업계가 연쇄 타격을 받는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세계 경제에 석유파동에 버금가는 악몽을 예상할 수 있다. 일본한테도 좋을 리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소재 국산화에 나선다면 일본 기업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은 게 일본 언론이다.

아베 내각이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무리한 선택을 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아베 신조 총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으로서는 어떻게든 국면 전환이 필요한 터였다. 도쿄대공습과 2차례에 걸친 원자폭탄 투하로 초토화한 일본이 빠르게 재기할 수 있었던 건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을 주축으로 한 냉전 체제 덕분이었다. 미국은 일본 점령 초기 ‘다시는 미국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엄격한 경제제재를 했지만 1948년 중국 공산화 이후 점령정책을 변경했다. 1950년 발생한 한국전쟁 특수 덕에 일본의 광공업 생산은 이미 2차대전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성장에 속도가 붙은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한 때 세계경제 빅2로 군림했다. 하지만 중국에 밀리더니, 이제는 4위 독일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만약 현재의 속도로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반도에 단일 경제권이 탄생한다면 동북아에서 일본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아베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는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청사진은 그동안은 북핵 위협을 이유 중 하나로 삼았는데, 군사적 긴장감이 사라지면 당위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준수와 엮으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동북아 분업 관계 변화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중일 3국은 분업을 통해 이득을 봐 왔다. 우리는 일본 무역에서는 적자를 봤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큰 흑자를 봤다. 중국은 다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관계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 변경과 중국의 사드 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이미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로서 상황을 돌리기 위해 위해 당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이 격화될수록 어부지리는 중국이 얻는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일본은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역사감정도 중요하지만 실익이 무엇인지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본을 극복할 대상,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면 그만큼 많은 기회를 잃는다. 헨리 키신저의 명언을 하나 더 소개한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 이익만이 영원하다."
[광화문]이익만이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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