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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마지막 음반…“‘내 나이가 어때서’ 그런 생각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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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7.1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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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애 마지막 음반 ‘인사이드’ 낸 김도향…“생각 없이 노래했더니, 되레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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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CM송부터 태교 음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올해 75세인 가수 김도향이 생애 마지막 음반 '인사이드'를 낸다. 그는 "내면의 쓸쓸함과 진정으로 소통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런 의미를 음반 제목에 담았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가수를 만나러 갔다가 철학자를 발견했다. 도향(도의 고향)이란 이름처럼 그가 내놓은 음반 하나 설명하는 데도 ‘철학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2005년 ‘브레스’(Breath) 이후 무려 15년 만에 발매하는 생애 마지막 음반 ‘인사이드’(Inside) 얘기다.

올해 75세인 김도향은 9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느닷없이 ‘내 나이가 어때서’란 문구로 말문을 열었다.

“‘실버’들이 그런 말로 합리화하면 안 돼요. 몸이 이미 늙었는데, 애써 무리하면 병으로 바뀌죠. 느리면 늦게 걷고 안 보이면 그런대로 사는 거예요. 더 보려는 욕망 때문에 다쳐요. 늙으면 굉장히 쓸쓸해요. 또 외롭고 슬프죠. 하지만 그럴 때 사실은 가장 편안해요. 외롭고 슬픈 마음을 발견해야 행복하다는 걸 알게 돼요.”

외로운데 행복하다니, 이 무슨 역설인가. 자연의 이치를 따라 쓸쓸함도 깊이 생각하면 내면을 보게 된다는 논리다. 내면을 보면 숨 쉬는 걸 느끼고 심장이 뛰는 걸 인식한다는 것.

“섹스가 안 되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하고 살지 말라는 얘기예요. 내 심장을 들을 수 있는 ‘나’가 존재하면 결국 행복한 거니까. 쓸쓸한데 행복하다는 건 역설이지만 정설이에요.”

생애 마지막 음반 낸 가수 김도향. 새 음반에서 그는 재즈 리듬을 기반으로 중후하고 꾸밈없는 보컬를 입혀 듣는 이의 귀를 잡아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
생애 마지막 음반 낸 가수 김도향. 새 음반에서 그는 재즈 리듬을 기반으로 중후하고 꾸밈없는 보컬를 입혀 듣는 이의 귀를 잡아챈다. /사진=이동훈 기자

새 음반은 실버들을 향한 ‘역설과 배반의 기운’들로 가득하다. 외로움에서 행복을 되레 얻는 ‘내면의 역설’뿐 아니라, 음반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대부분이 보편적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노 가수’라는 명찰 앞에 으레 붙는 트로트 식의 작법 대신 재즈 선율을 입혀 예상과 전혀 다른 길로 진입했고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3, 4분 이내’ 곡 문법도 모두 배반했다. 그 자리엔 평균 5분대, 길게는 6분 49초짜리 대곡도 있다.

‘아내가 내 껀가’ ‘실버카페’ ‘흔한 일흔’ 등 ‘뽕짝’ 제목 같은 곡들이 귀에 스칠 때 받는 충격 또한 작지 않다. 2박, 4박에 포인트를 둔 재즈 리듬 위로 미끄러지듯 넘어가는 중후한 음색에 귀가 절로 쏠린다.

“리듬은 철저히 재즈적으로 만들었어요. (미국) 재즈 리듬에 얹힌 한국말의 어색한 조화를 없애기 위해 말의 리듬도 따로 줬죠. 3분 이렇게 정해서 녹음하지 않고, (늙은 만큼) 천천히 얘기하듯 노래했어요. 모든 기억을 다 지우고 텅 빈 상태에서 들리는 음악을 그냥 타고 갔어요. 예전에는 듣는 이의 귀에 억지로 때렸다면, 이번엔 명상하듯 불렀다고 할까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스스로 와서 귀에 더 대는 것 같아요.”

혼자 마음껏 자연스럽게 부르기 위해 녹음실도 피했다. 1인용 부스를 밀폐공간처럼 만들어 600시간 보낸 것도 이 때문. 잘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은’ 원형의 보컬 질감 때문인지, 귀를 쫑긋 세우기 일쑤다. 때론 영화 한 편 보듯 드라마틱하고, 때론 지금까지 선보인 그의 파노라마 같은 보컬 음색을 한꺼번에 만끽할 만큼 입체적이다.

그가 이 음반을 생애 마지막으로 정의한 것은 매체가 바뀐 시대적 탓도 있지만, 75세에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사상과 철학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도향은 “한 조각 편지(음원)쯤은 더 쓸 수 있겠지만, 계속 책(음반)으로 낼 생각은 없다”며 “이젠 단순히 살아야 하는데, 더 내면 다른 실버들이 복잡해질 것 같다”고 웃었다.

올해는 그의 데뷔 50주년이기도 하다. 1969년 남성 듀오 ‘투 코리언즈’로 데뷔해 맛동산, 아카시아껌 등 CM송의 제왕으로 군림하다 태교음반 제작 등 외연도 넓혔다. 수십 년 간 노래보다 곡을 만드는 일에 더 힘을 쏟았던 그가 다시 노래를 시작한 건 2000년 즈음, 제주도 치매 요양원을 방문하면서부터.

가수 김도향은 나이 들수록 쓸쓸해지지만, 그럴수록 행복할 수 있다는 역설의 논리로 이번 음반을 만들었다. 실버들을 향한 선물 같은 음반인 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br />
가수 김도향은 나이 들수록 쓸쓸해지지만, 그럴수록 행복할 수 있다는 역설의 논리로 이번 음반을 만들었다. 실버들을 향한 선물 같은 음반인 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그때 그곳에서 ‘벽오동 심은 뜻은’을 불렀는데, 치매 할머니 한 분께서 노래 듣고 ‘아, 김도향이다’하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10년간 말을 못했는데, 제 노래에 처음 말문을 열었다고 하더라고요. 노래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고 다시 노래 연습에 매진했어요.”

나이 들수록 노래를 더 잘 부르는 것 같다고 전했더니, 그는 “노래도 도 닦듯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수많은 음반을 만들고 1시간 지나면 후회하고 부끄러워했는데, 이번 음반은 전혀 후회가 없다. 제목처럼 내면과 소통하고 진정으로 내뿜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제가 배뱅이굿하는 이은관(2014년 작고, 97세) 옹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데, 97세에도 50년 전과 똑같은 키로 노래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 이후로 ‘내가 몇 살 때까지 노래하겠다’는 얘길 쉽게 못 하겠더라고요.”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거센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외로운 갈대처럼 꼿꼿이 서 있다. ‘쓸쓸한데 행복하다’는 역설의 의미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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