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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D 투자 1위인데 일본 기술 종속에서 못 벗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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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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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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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관료가 주도하는 성공률 98%의 양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R&D 투자 환경이 바뀌어야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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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한일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및 양국 간 성의있는 협의를 촉구했지만 일본 측은 협의 사항이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더욱이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캐치올(Catch All) 규제의 미작동을 구실로 올 8월부터는 특정 교역국에 대한 일종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수출되는 최대 1100여가지의 전략물자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규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한일 간 무역전쟁은 반도체를 넘어 전산업 영역으로 확전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 경제와 산업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아무리 최적화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해도 당장 일본 제품이 없으면 주력 산업이 가동을 멈추고 나아가 경제위기를 걱정할 정도라면 이는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있어서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탑클래스 국가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20조530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 20조원대를 돌파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액(민간+정부)은 무려 78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4.6%에 달하며 이는 OECD 전체 36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평균 2.4%이며. 미국 2.8%, 독일 3.0%, 일본도 3.2%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독보적인 투자 비율을 자랑한다. 그 외 연구원 숫자나 특허출원건수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많다. GDP 규모로 세계 12위인 한국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은 자본을 R&D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결과로 R&D 투자를 비롯한 7가지 항목을 기초로 세계 60개 나라의 혁신성을 평가하는 블룸버그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6년 연속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게다가 정부가 요구한 내년도 R&D 예산안을 보면 올해보다 무려 9.1% 증가한 약 22조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아마도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투자는 물론 블룸버그혁신지수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조치 앞에 드러난 한국 R&D투자의 민낯은 취약함 그 자체였다. 양적인 투자 성과는 빛 좋은 개살구인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앞서 언급한 R&D 양적 투자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규모를 자랑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뜯어보면 심각한 비효율성과 후진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매년 5만개 넘는 정부 R&D 과제의 성공률이 무려 98%에 달한다. 이는 정부 평가와 예산 배정에 유리한 단기 성과과제에 집중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관련 국제학술지(SCI급)에 논문과 특허를 매년 수만개 씩 쏟아내고 있지만 그걸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초부터 논문실적을 위한 연구, 특허실적을 위한 연구이지 상용화된 기술 개발에는 관심이 없다.

또한 그렇게 많은 논문을 써낸다고 해도 가치있는 쓸만한 논문은 많지 않다. ‘연구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에서 논문 수 상위 50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33위 수준으로 중간 아래다.

또한 2017년 R&D 사업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연구과제수는 무려 6만1280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20조원 규모가 투자돼도 과제 1건당 연구비는 3억2000만원에 불과하고, 전체 연구 과제 중 1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이 전체 R&D 투자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6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1억원 미만의 소액이 투자된 R&D 사업이나 연구가 아무리 성공한다 한들 거기에서 우리 경제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한 일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정권이 교체되는 5년마다 국가 R&D 정책은 이전의 성과는 깡그리 무시한 채 내용과 방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보니 관료들도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기 전에 길어야 3~4년 짧으면 1~2년 안에 성과를 내는 단기 과제를 선호한다.

또 성공률이 낮은 과제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사업 평가에서 연구의 내용보다는 겉으로 내세울 논문이나 특허실적 등 양적인 결과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인 행태가 뿌리깊이 박혀있다.

국책연구원 등 연구자들도 혁신적인 연구나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를 수행하기보다 과제 수주에 급급하게 마련이다. 굳이 성공확률도 낮고, 리스크가 높은 연구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료 중심의 투자시스템’에선 아무리 많은 자본을 쏟아부어도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산업과 경제는 반도체 1등 국가와 같이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기초 과학기술 연구 기반도 부족하고 장기간의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소재나 부품같은 분야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깊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이 돼버렸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9.1% 증가한 22조4000억원 규모를 요구해 반영할 계획이다. 또 매년 부품과 소재 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서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관료가 주도하는 성공률 98%의 양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R&D 투자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십조원씩 투자가 이뤄진다 해도 혁신은 고사하고 우리 경제와 산업은 일본 기술에 대한 종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7월 15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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