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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6km 뛰고 건강식 챙긴 '운동광'의 조기사망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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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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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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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건강의 배신’…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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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매일 250개의 알약을 먹고 몇 개월마다 수십 가지 검사를 받는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120세까지 살 계획이며, 러시아의 인터넷 대부 드미트리 이츠코프는 1만 살까지 사는 게 목표다. 모두 ‘불멸’에 도전하며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다.

의사인 헨리 로지는 “정상적 노화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단언했고, 록펠러 재단 회장을 지낸 존 놀스는 “대부분의 질병이 폭식, 폭음, 난폭 운전, 흡연 등 사람들이 자초한 결과”라며 “건강은 권리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 의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묘한 역설의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칭 ‘운동광’이었던 루실 로버츠는 59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피트니스 산업의 개척자이자 베스트셀러 ‘달리기에 관한 모든 것’의 저자인 짐 픽스는 매일 최소 16km씩 달리고 파스타, 샐러드, 과일로 식단을 제한했지만 52세에 심장마비로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는 현재 ‘자기절제’라는 목표를 추구하라고 독려하는, 또는 ‘생활방식’ 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영세 산업 수준에서 연간 3조 달러(한화 3540조원) 산업으로 성장하는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은 ‘장수’를 약속한다.

다시 말해, 이 산업은 우리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를 주문하는 것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과 체형을 탐욕스럽게 통제하려 들며, 그런 시도가 실패하면 외과적 도움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묻는다. “몸속에 약간의 불량 세포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마당에 식단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자는 값비싼 최첨단 외과 치료에 반대할 뿐 아니라 건강검진과 같은 예방 의료마저 거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죽어도 괜찮을 만큼 나이 들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70세 넘은 노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방 조치들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줄지 모르지만 그렇게 연장된 삶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기 십상이다.

과잉 진단이라는 유행병과 검사에 대한 집착은 이윤과 관련돼 있다. CT 등을 통해 발견된 미세한 이상적 징후는 결국 훨씬 더 많은 검사와 처방으로 이어지기 때문. 저자가 직접 경험했듯, 골다공증은 병이 아니라 35세 이상 여성은 거의 겪는 일반적 노화 현상이며 유방 조영검사는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일한 환경 요인인 전리방사선을 쏘아대고 치과에선 엑스레이로 다량의 방사선을 쏟아붓는다.

현대 의학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가정 덕분에 권위를 지닌다. ‘과학 근거’를 주장함으로써 의료계는 사업의 독점권을 계속 유지해 올 수 있었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모든 것이 통계적 증거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증거기반 의학’이 대두했는데, 저자는 되묻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경험이나 습관, 직감에 근거했다는 말인가?”라고.

오늘날 대부분 검사가 사실상 이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이를테면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전립선암 검진에서도 사망률 감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미국 내과의사학회는 표준 부인과 검사가 증상 없는 성인 여성에게는 쓸모없으며 특히 검사에 따르는 ‘불편, 불안, 고통, 그리고 추가 의료비’를 감당할 가치는 더욱 없다고 발표했다.

현대 의학에서 노화는 질병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화에는 아무런 치료법이 없다. 수많은 웰니스 산업은 배우 귀네스 펠트로를 필두로 한 ‘웰니스 기업가’들의 그럴듯한 홍보에 힘입은 측면이 크지만, 효능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프거나 과체중인 사람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 혐오와 분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지방이 많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는 ‘계급적 편견’에 따라 피트니스를 ‘도덕적 의무’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책임론이 새롭게 확산했다.

하지만 21세기 초 가난한 백인들의 사망률이 갑자기 증가한 데서 보듯 이는 개인의 책임 문제가 아닌 가난 자체가 수명을 줄인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명상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상 프로그램은 스트레스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육 이완, 약물치료, 심리 치료와 같은 다른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몸과 마음을 통제해 무병장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는 몸과 마음이 협력하는 ‘조화로운 기계’라는 가정이 깔렸다. 많이 먹는다는 의미의 ‘대식세포’는 면역세포를 지키는 방어군으로 통하다, 나중에는 암세포를 증식시키는 존재로 그 역할이 바뀐다. 하지만 유력한 추론은 ‘세포의 의사결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을 의식적 개입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잘 돌아가는 ‘전체’가 아니라 미세한 생명체들의 연합 또는 일시적 동맹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죽어도 될 만큼 나이 든 시점이 언제인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부키 펴냄. 292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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