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종속된' 추경심사…日 대응 예산도 우후죽순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예결특위 소위원회는 이날부터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다. 2019.7.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지난 17일부터 시작해 3일 동안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감액 심사를 마무리했다. 감액 심사라는 1차 작업을 끝냈지만 대부분의 사업들이 보류돼 재심사, 증액 심사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야 대치에 추경 처리가 종속되면서 예산 심사가 '협상 카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결위는 19일 밤 추가경정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소위)에서 상임위 총 12곳 소관 사업에 대한 감액 심사를 마쳤다. 앞서 이날 예산 심사 도중 여야 지도부간 협상 상화 변화에 따라 정회가 된 적도 있었다. 예결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갈길(추경 심사)만 가는 상황은 더 이상 방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정회를 요청했고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이를 수용해 정회를 선포했다.

앞서 여야 예결위 간사들은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증·감액 심사를 마친 추경안을 상정, 의결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불발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19일 추경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 의사일정 조율에 나섰지만 여러 차례 회동에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심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고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y(종속변수)고 원내대표들이 x(독립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결국 추경안 처리를 위해 예결위 심사는 계속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날 오후 8시 예결위 소위 회의는 속개됐다.

이번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최대 8000억원에 달하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예산 증액 규모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언급했던 일본 대응 관련 추경 증액은 1200억원이고, 민주당이 요구한 금액은 3000억원이었지만 각 상임위 단계에서 증액되면서 총 8000억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지난 '정책질의' 과정에서 서면으로 추가한 요구액을 모두 합치자 갑자기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대부분 반도체 소재부품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예산으로 한국당 의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9일 본회의 처리라는 합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할 예산 금액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소위 '깜깜이 심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처음에 미세먼지 추경하더니 경기부양 추경을 하면서 온통 총선용 추경, 가짜 일자리 추경을 가져왔다"며 "마지막에는 일본 보복 대응 추경을 가져오더니 3000억, 5000억, 8000억이라고 하면서 액수 확정을 아직도 안했다. (정부가) 추경안을 보여줬다가 대외비라면서 다시 가져갔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한테 추경만 통과하면 '도깨비방망이'처럼 해법이라고 하면서, 일본 문제 관련 해법이라면서 오늘까지 해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추경은 6조7000억원 규모로 재해·재난복구 및 예방 예산 2조2000억원과 경기대응 및 민생지원 예산 4조5000억원으로 구성됐다. 미세먼지 차감 숲 조성사업(150억원), 목재산업시설 현대화 사업(4억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업들은 야당의 반대로 보류됐다.

감액심사 이후 보류 항목들에 대한 재심사, 증액 작업 등 추후 논의 일정은 여야 예결위 간사 간 협의로 조율한 뒤 진행될 전망이다. 이후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끝내면 추경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