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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쇄된 원전이 테마파크로… 獨 분더란트 칼카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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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카르(독일)=유영호 기자
  • 2019.07.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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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⑤]지역 반대로 가동 못하고 폐쇄된 칼카르 원전… '놀이공원+호텔+컨벤션센터' 복합테마파크 재탄생

[편집자주]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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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 전경. 폐쇄된 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리모델링, 연간 60명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지난 5월 28일 독일 경제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320㎞를 달려 도착한 칼카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서쪽에 자리잡은 인구 1만5000명의 작은 도시는 평화롭고 조용했다. 길게 늘어진 라인강변을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물 주변에선 아이들이 환호성이 끊이지 않고 메아리쳤다. 폐쇄된 원전을 복합 테마파크로 재탄생시킨 ‘분더란트 칼카르’(Wunderland Kalkar)였다.

흐린 날씨에도 놀이공원은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짝은 아이들이 놀이기구 사이를 분주히 뛰어다니고, 부모들은 인근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풍경은 여느 놀이동산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놀이기구 뒤쪽으로 자리 잡은 높이 냉각탑과 네모 반듯한 원전 건물은 이곳이 평범한 놀이동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오르게 했다.

분더란트 칼카르는 폐쇄된 칼카르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해 건설했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는 1972년 20억유로를 투자해 칼카르에 소듐냉각고속증식로(SNR-300)를 건설을 시작했다. 상용화를 위한 327㎿급 실증로이었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이 아닌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4세대 원전이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 전경. 폐쇄된 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리모델링, 연간 60명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 전경. 폐쇄된 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리모델링, 연간 60명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칼카르원전은 1985년 준공됐다. 핵연료를 넣고 주제어실의 운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원전이 가동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유럽 각지에서 모인 반핵운동가 4만여명이 대대적인 시위를 계속하면서 가동이 연기됐다. 그러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용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정부는 악화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운영 허가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1991년 칼카르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방치되던 칼카르원전의 운명이 바뀐 것은 5년 후인 1996년이다. 한 네덜란드 사업가 헤니 판 데어 모스트가 칼카르원전 부지와 건물을 인수해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복합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제안한 것. 해체를 고민하던 독일 정부와 발전사업자인 RWE는 제안에 응했고 칼카르원전은 2011년 0.5㎢(약 16만평) 부지에 놀이기구 40개, 객실 437개를 갖춘 테마파크인 분더란트 칼카르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까지 5000만유로가 투자됐다.

현장 안내를 맡은 카롤린 제멜카 분더란트 칼카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칼카르원전 건물을 내부 기자재만 철거하고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며 “원전을 너무 튼튼하게 지어 해체비용이 너무 많아 그대로 활용하게 됐는데 오히려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의 회전그네. 높이 42m의 냉각탑 안에 건설된 높이 58m 회전그네는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다. /사진=유영호 기자 yhryu@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의 회전그네. 높이 42m의 냉각탑 안에 건설된 높이 58m 회전그네는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다. /사진=유영호 기자 yhryu@

분더란트 칼카르는 연간 6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높이 42m의 냉각탑 안에 있는 회전그네다. 높이 58m까지 올라가 회전하는데 칼카르 전체 풍경을 보면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냉각탑 외벽은 클라이밍(암벽등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국 원전은 바닷가에 지어져 별도의 냉각탑이 필요 없지만 내륙에 지어지는 원전은 냉각탑 건설이 필수적이다.

놀이공원 한편에는 원전역사관도 운영되고 있다. 옛 설비실을 재활용했다. 칼카르 지역은 물론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제멜카 매니저는 “칼카르 원전에서 철거한 증기터빈을 포함해 원전과 관련된 다양한 설비를 전시하고 있다”며 “분더란트 칼카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또 원자력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알려 주기 위해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더란트 칼카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연간 500명을 고용할 뿐 아니라 식자재나 건설자재 등 테마파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역에서 조달하면서 연관산업이 발전하는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분더란트 칼가에서 만난 지역주민 샐롯씨는 “원전이 완전히 철거된 것이 아니라 새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분더란트 칼카르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 지역민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앞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해체 이후 부지 활용계획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고리 1호기는 가동했던 원전이고 부지내 다른 원전이 여전히 가동 중이라서 분러란트 칼카르와 같은 테마파크 조성은 어렵지만 편견을 버린다면 새로운 활용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고리 1호기 해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한 해체”라며 “복원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앞으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원더랜드 칼카' 전경. 폐쇄된 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리모델링, 연간 60명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칼카에 위치한 테마파크 '원더랜드 칼카' 전경. 폐쇄된 원전을 해체하지 않고 놀이공원과 호텔,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리모델링, 연간 60명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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