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한일 격돌 시작됐다… '후쿠시마 역전승' 주역 등판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함을 두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한·일간 대결이 시작됐다. 한국은 '후쿠시마 역전승'을 이끈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앞세워 164개 회원국에 규제의 부당함을 알릴 예정이고, 일본은 하루 전 해외 주요 언론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장외 공략을 했다.


양국은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해 의제로 오른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여론전을 펼친다. 한국 정부 요청에 따라 상정된 이 안건은 이번 회의에 오른 총 14개 의제 중 11번째이다.

23일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일반이사회 수석대표로 파견한 김승호 실장을 통해 일본의 조치가 WTO 규범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임을 주장하며 철회 필요성을 압박할 방침이다.

통상 일반이사회에 각 회원국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를 맡는 것에 비춰보면 김 실장의 '등판'은 이례적이다. 통상법에 능통한 김 실장을 급파한 것은 그만큼 일본을 강하게 몰아붙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실장은 WTO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지난 4월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1심을 뒤엎고 한국 승소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된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정부는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호소할 계획이다. WTO는 정치적 이유로 인한 경제 보복을 금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출국 전 "수출규제 조치가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통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설명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이사회는 규제 철회를 강제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규제의 부당함을 객관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해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집단으로부터의 압력)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국은 이후 제소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김 실장과 설전을 벌일 일본 측 수석대표는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이다. 일본은 이 자리에서도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보복 조치가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관리라는 것을 재차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규제 조치가) 안보를 위한 수출 관리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재검토로, 전문가가 들으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사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황급히 장외 국제 여론몰이에도 나섰다. 일본 외무성은 각국 주일 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시간가량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고, 경제산업성은 해외 주요 언론사를 찾아가 관련 입장문과 함께 내용을 설명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