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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보이콧 일본과 400년 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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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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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임진왜란의 재앙은 참혹하였다. 열흘 사이에 삼도가 방어선을 잃고 팔방으로 와해됐으며, 임금의 수레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서애 유성룡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의 참혹한 기억을 ‘징비록’에 이같이 썼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우리를 상대로 사실상 경제전쟁을 도발했다. 성난 반일감정에 ‘보이콧 일본’이 들불처럼 번진다. 점심약속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다 들여다본 광화문의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매장. 평상시 점심시간에도 인근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매장은 썰렁했다. 시쳇말로 파리만 날렸다. 김 대리도, 박 과장도 즐겨 입는 국민아이템 유니클로는 어느덧 ‘보이콧 일본’의 타깃 1호로 전락했다. 유니클로의 매출은 이달 들어 30% 감소했다.

퇴근길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한여름이지만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맥주를 바라보는 애주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편의점의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달 대비 40%나 줄었다. 주요 국내 여행사들의 일본노선 예약도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한국 여행객들로 호황을 누리던 일본 지자체들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면서 ‘보이콧 일본’의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의 취약점을 공격한 일본의 치졸한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베정부의 행위는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한일 역사문제에 있어 우리에게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도 반일정서를 자극한다.

때문에 현재 한일 갈등국면이 쉽사리 풀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드러난 우리 대표 산업들의 취약점을 최대한 빨리 보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본 등 외국의 소재, 부품, 장비를 들여와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모델로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로 인해 소재, 부품, 장비 등 기초산업의 국산화는 뒤처졌다. 이는 그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었다. 이번 위기를 국산화를 가속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화위복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경제적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대국 일본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열세에 놓인 우리의 산업과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응전략이 더욱 이성적이고 치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 여행자에 대한 매국노 비판이나 일부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일본 기업’ 딱지 붙이기 등의 과열양상은 우려스럽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내부 분열만 부추기는 자충수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하거나 경쟁기업을 음해하는 아베스러운(?)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송정렬의 Echo]보이콧 일본과 400년 전의 경고
‘보이콧 일본’의 역할은 무도한 일본 정부에 우리 국민의 분노와 결기를 보여주는 경고로 충분하다. 불매운동은 결연한 항전의지를 보여줄 순 있지만 한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니다. 결국 해법은 국민의 분노가 아니라 정부의 역할, 외교에서 나와야 한다.

“시경에 ‘여기징이비후환’(予其懲而毖後患·내가 징계하노니 후환을 삼갈 수 있을까)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징비록’을 쓴 까닭이다.” 400여년 전 일본을 경계하고 다시는 당하지 말자고 쓴 서애의 ‘징비록’은 과연 성공한 책인가, 실패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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