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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日 직원 못보게…" SK분리막 공장, '거대 가림막'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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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평(충북)=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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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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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복한 부품·소재·장비]분리막 일본 독점 깬 SK이노베이션

[편집자주] 일본이 제조업 핵심재료를 무기화하면서 대일 의존도가 심했던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이미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을 찾아 극일(克日)의 해법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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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증평 분리막공장 설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배터리(2차전지)의 피와 살이 음극재·양극재라면 분리막(LiBS)은 혈관 격이다. 음극재와 양극재 사이를 나눠주면서도 미세한 구멍을 수없이 품고 있다. 분리막 구멍으로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타고 넘나든다. 얼마나 얇고, 얼마나 두께가 균일하며, 얼마나 많은 구멍이 나있느냐가 분리막 품질을 결정짓는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 생산에 성공하기 전까지 일본은 제곱미터(㎡)당 4000원을 받고 한국에 분리막을 팔았다. SK는 이제 더 좋은 품질의 분리막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국내 업체에 공급하고,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여론을 뒤흔들던 25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충청북도 증평 분리막 공장을 찾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한 증설 작업이 막바지였다.

SK 증평공장은 공장이라기보다는 깨끗한 국제공항을 연상시켰다. 특히 오는 10월 생산을 앞둔 12, 13호기 라인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개발된 분리막 포장물류자동화설비가 설치됐다. 생산된 분리막을 전자동으로 포장·적재까지 하는 약 100미터 길이의 첨단 장비다. SK가 국내 중견기업과 손잡고 100%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SKIET는 기존 대비 생산효율을 40% 높일 수 있게 됐다.

설비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공장 중간을 크게 가로질러 내걸린 거대한 가림막이다. 시제품으로 생산된 분리막 원단을 꼼꼼하게 이어붙여 가로 길이 60미터, 높이 7미터짜리 초대형 흰 천을 만들어 붙였다. 보안상 사진촬영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거대한 공장 복도를 완전히 막은 압도적 '시선강탈'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물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를 연상케 하는 SK의 '화이트몬스터'다.

초대형 가림막의 비밀은 자동화설비를 지나 분리막 생산설비 쪽으로 넘어가자 밝혀졌다. 상업생산(10월)을 앞두고 직원들의 막바지 설비 점검이 한창인 가운데 적잖은 수의 일본인 직원들이 눈에 보였다. 일본산 장비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공장에 머물고 있는 일본 분리막 설비업체 직원들이다. 가림막은 이들의 시선이 국산 최신 설비에 닿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다.

옥영석 SKIET 팀장은 "예전에 우리가 일본 공장을 방문하면 일본 직원들이 행여 기술이 새어 나갈까봐 최신 설비를 가리기 바빴다"며 "이제는 우리가 일본 직원들에게 세계 유일의 최신 설비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초대형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20년 전만해도 분리막은 일본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분리막을 사러 일본을 방문했던 한국 직원들이 문전박대 끝에 "당신들이 배터리를 아느냐"는 면박만 받고 돌아서야 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2004년 독자 기술을 개발한 SK가 지금은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아사히, 도레이와 1위 싸움을 한다. SK가 개발한 축차연신(전후좌우로 번갈아 분리막을 늘리는 기술)은 교범 격이다. 일본 업체도 이 기술을 쓴다.

분리막은 기본적으로 화학 섬유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반죽된 원료를 집게와 롤을 이용해 전후좌우로 늘린다. 미리 오일을 넣었다가 화학성분을 이용해 오일을 녹여 구멍을 만든다. 설명은 쉽지만 그야말로 초미세공정이다.

이수행 SKIET 증평공장장은 "세계 최초 축자연신, 세계 최박막, 세계 최대광폭 기술을 SK가 모두 갖고 있다"며 "얇으면서 성능이 좋은 분리막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 상징 격인 SK 분리막 기술이지만 오랜 기술종속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분리막은 한국기술로 만들지만 분리막 제조 설비는 여전히 일본 장비업체 제품을 사다 쓴다. 소모품인 클립 가격만 한세트에 10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여전히 일본 기업으로 가는 돈이 적잖다.

이 공장장은 "유럽 제품이 대안이지만 다양한 설비가 섞일 경우 유지보수비가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국내 장비업체 기술을 끌어올리고 보안 유지 대책도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증평 분리막공장 설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증평 분리막공장 설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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